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용호 Sep 29. 2024

시골 플리마켓에 참가하다.

 라이스데이를 들고 플리마켓에 갔다. 판매도 판매지만 일단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참가했다. 서울에서도 플리마켓을 가본 적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찾아다니지는 않아서 플리마켓에 대한 걱정 반 기대반인 마음이었다.

 


플리마켓에 참여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때는 기계도 구매하기 전이어서 소용량 가졍용 누룽지 기계로 만들었다.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1일 치 판매분 약 20만 원어치를 만드는데 1주일가량 소모됐다. 누룽지를 굽고, 시즈닝을 하고, 다시 오븐에 굽고, 식혀서 포장하고 일련의 과정을 1주일 내내 반복했다. 허리도 뽀사질 거 같고, 실패작들을 위장 속에 집어넣어 소화시키느라 고생을 엄청 했다.




 그렇게 고생을 한 끝에 하루 판매량 분을 만들어 참여했다. 디피랑 부스도 나름 신경을 썼다. 처음 참여하는 플리마켓이다 보니 설렘 반 기대 반이었다. 시장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새로운 맛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맛있다고 칭찬해 주셨다. 기분이 좋아 덤도 많이 주고, 시식용도 많이 풀었다. 매출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맛을 보고 평가해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20만 원어치를 만들어서 판매된 금액은 11만 원 정도였다. 남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 거의 덤이랑 시식으로 푼 셈이다. 11만 원이라면 원가를 떠나 인건비 측면에서도 말이 안 되는 숫자다. 1주일을 고생했으니 말이다. 거기에 원가에 기름값까지 더한다면 1주일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꼬마 손님 하나가 시식용으로 내놓은 라이스데이를 먹기 위해 계속 왔다. 내놓을 때마다 귀신같이 보고 찾아왔다. 너무 잘 먹어주니 뿌듯하고 예뻤다. 남 얘기면 아깝다고 생각했을 텐데 직접 해보니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꼬마손님을 기다리게 됐다. 개인적으로 내가 애기들을 좋아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커피 한잔을 들고 왔다. 카페 참여자 딸이었나 보다. 괜찮은데 더 먹어줘도 되는데...ㅠ 너무 고마워 몇 개를 집어 손에 쥐어줬다. 꼬마 손님은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부끄러운지 후다닥 자리를 떴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1주일의 노동이 의미가 있어지는 순간이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고민이 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이 순간을 기억했다가 꺼내 놓을 것 같다.


행복의 순간을 생각할 때 꺼내놓을 순간하나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시골행은 의미가 있다.






이전 26화 시골에서는 점심을 때우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