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데이를 들고 플리마켓에 갔다. 판매도 판매지만 일단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참가했다. 서울에서도 플리마켓을 가본 적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찾아다니지는 않아서 플리마켓에 대한 걱정 반 기대반인 마음이었다.
플리마켓에 참여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때는 기계도 구매하기 전이어서 소용량 가졍용 누룽지 기계로 만들었다.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1일 치 판매분 약 20만 원어치를 만드는데 1주일가량 소모됐다. 누룽지를 굽고, 시즈닝을 하고, 다시 오븐에 굽고, 식혀서 포장하고 일련의 과정을 1주일 내내 반복했다. 허리도 뽀사질 거 같고, 실패작들을 위장 속에 집어넣어 소화시키느라 고생을 엄청 했다.
그렇게 고생을 한 끝에 하루 판매량 분을 만들어 참여했다. 디피랑 부스도 나름 신경을 썼다. 처음 참여하는 플리마켓이다 보니 설렘 반 기대 반이었다. 시장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새로운 맛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맛있다고 칭찬해 주셨다. 기분이 좋아 덤도 많이 주고, 시식용도 많이 풀었다. 매출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맛을 보고 평가해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20만 원어치를 만들어서 판매된 금액은 11만 원 정도였다. 남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 거의 덤이랑 시식으로 푼 셈이다. 11만 원이라면 원가를 떠나 인건비 측면에서도 말이 안 되는 숫자다. 1주일을 고생했으니 말이다. 거기에 원가에 기름값까지 더한다면 1주일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꼬마 손님 하나가 시식용으로 내놓은 라이스데이를 먹기 위해 계속 왔다. 내놓을 때마다 귀신같이 보고 찾아왔다. 너무 잘 먹어주니 뿌듯하고 예뻤다. 남 얘기면 아깝다고 생각했을 텐데 직접 해보니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꼬마손님을 기다리게 됐다. 개인적으로 내가 애기들을 좋아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커피 한잔을 들고 왔다. 카페 참여자 딸이었나 보다. 괜찮은데 더 먹어줘도 되는데...ㅠ 너무 고마워 몇 개를 집어 손에 쥐어줬다. 꼬마 손님은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부끄러운지 후다닥 자리를 떴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1주일의 노동이 의미가 있어지는 순간이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고민이 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이 순간을 기억했다가 꺼내 놓을 것 같다.
행복의 순간을 생각할 때 꺼내놓을 순간하나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시골행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