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의 삶에서 만족스러운 점 하나는 매일 점심을 만들어 먹는 즐거움에 있다. 주변에 딱히 사 먹을 곳이 없기에 어디 가서 요리를 해본 적도 없는 초보지만 지지고 볶고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실력이 는다기보다는 입맛이 변한다. 조금 심심해도 먹고, 슴슴해도 먹는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유일한 자유시간이 점심시간이다. 출근하고부터 오전 내내 오매불망 기다리는 시간. 한 시간 남짓의 그 아까운 시간, 저렴하지 않은 밥값을 계산한다면 무조건 맛있어야 한다. 메뉴보다는 신속과 맛이 보장되어야 한다. 주어진 시간과 들인 비용이 있기에 유독 까탈스럽게 군다.
시골에서는 여유가 있다. 아니 여유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한다. 밥을 만들 시간은 있어야 하기에 없는 여유도 만들어야 먹고 산다. 직접 만들어 먹기에 맛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나는 요리사도 아니고, 밥을 하는 것에 대해 돈을 받지도 않기에 맛이 있던 없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다.
메뉴 선택도 내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보다 마트나 시장에서 많이 사게 되는 것을 먹는다. 메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많이 있는 재료를 사용해서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나름 재밌다. 시골에서는 쌈이나 채소가 저렴하다. 하나로마트에 가면 지역 농부들이 기른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로 파는데 지역에서 직접 기른 것이라 싱싱함도 보장되고, 가격도 굉장히 싸다. 고로,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쌈과 채소를 많이 먹게 된다.
시골에 온 후로 점심은 때우는 것에서, 챙기는 것으로 바뀌었다. 맛을 까탈스럽게 보기보다는 그날의 입맛에 맞춰 먹는다. 어제 먹은 메뉴가 아닌 것 중에서 고르기보다는 오늘 내가 먹고 싶은 것에 집중하게 된다. 누군가의 기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시골행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