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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27. 2024

시골의 사계절은 뚜렷함이 있다.

 도시의 빌딩 숲사이이서는 하늘을 볼 기회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계절감각은 추위와 더위로만 느낄 수 있다. 가뜩이나 지구의 기온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봄, 가을은 어디 갔는지 찾기 바쁘다. 추우면 겨울, 더우면 여름이라 봄가을은 순간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그렇기에 시골의 사계절은 의미가 있다. 일단 뚜렷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논은 마땅히 제 할 일이 있다. 그 할 일에 따라 다른 옷을 입기에 계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 봄

 모내기의 계절이다. 농부들은 빈 논에 모판을 나르고, 모내기를 한다. 논은 한 해동안 잘 품어줄 채비를 한다. 이때의 논에 석양이 질 즈음에는 석양이 논에 반사되어 우유니 사막처럼(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아름답게 된다.



2. 여름

 벼가 무럭무럭 자라는 시즌이다. 이때의 논은 초록의 평야다. 초록이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한다. 마음마저도 편하게 만들어 준다. 바람에 날리는 벼들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운 생명력이 느껴진다. 운이 좋다면 고라니가 논을 가로질러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3. 가을

 추수의 계절이다. 황금물결의 논이 일품이다. 이때의 논을 사람들은 가장 예쁘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광고에서 나오는 논은 다 가을의 활금물 결을 가진 논이다.



4. 겨울

 허허벌판 이다. 물을 채워 스케이트 장을 만들기도 한다고 듣기는 했다. 이때의 논은 재정비를 하는 것 같다. 일 년 동안 벼를 품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느라 힘들고 지친 논이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새로운 생명을 또다시 품어주기 위해 잠시 쉬고 있는 모습처럼 보여서 개인적으로 겨울의 논이 주는 느낌이 가장 좋다.



 서울에 있을 때는 벚꽃 구경, 여름휴가, 단풍 구경, 크리스마스로 겨우 사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시골에는 사계절을 확실히 느낄만한 요소가 많다. 산, 하늘, 날씨, 하루의 길이, 일조량 등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시골행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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