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시골살이에 만족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좀 있다.
1. 병원
시골에서는 괜찮은 병원 찾기가 힘들다. 어디가 아프다면 도시로 나가야 전문적인 병원을 갈 수 있다. 동네에 의원 있기는 하지만 찾아가 보면 나보다 더 힘드실 것 같은 연로한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보고 계시고,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은 의료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보다는 주변 어르신 분들의 통증완화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3개월가량 이비인후과를 다녀야 했는데. 40km 밖의 병원을 일주일에 두 번씩 왕복했다. 치료비보다 기름값이 훨씬 많이 들어갔다. (지역은 기름값도 연말정산 때 세금공제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 미용실
'시골에서는 한 다리 건너면 사촌에 가족이다.' 처음 귀촌을 할 때 많이 듣는 소리다. 우리 동네도 예외는 없다. 오죽했으면 내가 집 보러 이 동네에서 세 집을 봤는데 두 집의 주인이 사촌지간이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없던지라 처음에는 신기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가 행동하나, 말 하나도 허투루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거기다 청년은 많지 않기 때문에 눈에 띈다. 그런 곳에서 미용실을 간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미용실에서 우리는 얼마나 쓸데없는 말들을 주고받던가. 물론, 잘하지 못할까 봐라는 염려도 있긴 했다. 여하튼 여러 이유로 아직까지 서울에 갈 때 머리를 자르고 들어온다.
3. 사람
서울에서는 취미생활을 많이 한 편이었다. 연극도 했었고, 독서모임도 하고, 산도 다니고, 놀러도 다녔다. 시골에 내려와서는 그 모든 취미를 못하게 됐다. 이유는 모임이 없다. 사람도 많지 않고, 거기에 취향이 맞아 모임까지 만들 사람들은 더 없다. 그런 이유로 취미 활동은 주로 서울에서 하던 것을 이어하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자주 나가야 하는 연극 같은 것들은 못한다.
서울에서 하던 취미 중 유일하게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면 독서모임이다. 책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기에 나와 딱 맞는 취미다. 거기다 서울을 많이 올라갈 필요도 없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올라갔다 오면 된다.
너무 시골에만 있는 것도 사람을 지치게 한다. 독서모임을 핑계로 한 번씩 콧바람 쐬어가며 서울 구경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내려온다. 오랜만에 가는 서울은 또 다른 설렘이 있다. 맥도널드도 가고, 미용실도 다녀온다. 서점도 가고, 미뤄뒀던 전시도 찾는다. 마치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서울에 살 땐 몰랐지만 올라갈 때마다 느낀다. '역시 서울 좋네!'라고. 그리고 돌아온 시골을 더 좋다.
귀촌을 했다고 하면 그 좋은 서울을 왜 버리고 왔냐고 묻는다. 그럴땐 한적하고 좋은데요. 라고 답했다. 솔직한 답이라기 보단 그런것 같았다. 하지만 답이라고 하기엔 좀 찜찜했다. 서울도 좋긴 했으니까. 떠났다고 보기엔 꽤 자주 갔으니까.
이제 서울을 특별한 곳으로, 시골을 일상으로 살아보고 싶었다고 그렇게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