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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23. 2024

창업과 문제는 영혼의 동반자

 기대했던 따끈따끈한 패키지가 도착했다. 업체 직원분의 걱정에는 받을 때 꼭 누군가 있어야 한다고 남자 두 명정도는 있어야 짐을 내릴 수 있다고 신신당부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건장한 축에 속했나 보다. 혼자서도 척척 잘 내렸다. 실링 패키지 6만 5천 장이니 걱정했을 법도 했지만 사업장은 1층이고, 바로 문 앞까지 주차가 가능했기에 내려놓고 쌓기만 하는 되어서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그쪽이 아니었다.


 누구나 다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한대 쳐 맞기 전까지는. 패키지의 컬러나 디자인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했다. 문제는 재질이었다. 보형물 없이 내용물을 보호하려다 보니 너무 빡빡한 재질읠 비닐을 사용한 것. 그 때문에 실링기에서 패키지가 미끄러져 실링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다 패키지 자체가 너무 질지다보니 잘 벗겨지지도 않았다. 6만 장 가까이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재질을 바꿔서 다시 생산할 여력이 없었다. 업체에서도 해당 부분으로 인한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1주일 정도는 실링기와 씨름을 했다. 2~300장 가까이 실링만 테스트를 한 것 같다. 실링기의 세부설정(온도, 시간 등)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조절했다. 실링기의 고열에 의해 손에 덴 상처가 수두룩 해 질 때쯤 실링이 잘 되는 최적을 온도와 시간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100% 만족은 아니었지만 아예 안 되는 것보다는 훨씬 괜찮은 수준이었다. 회사에서 늘 듣던 소리. 방법이 없으면 만들라는 말이 근거는 있는 말이구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패키지가 제법 그럴싸했다. 의도했던 기존의 누룽지 패키지 와는 다르게 캐주얼하고 귀여운 느낌이었다. 과감하게 쨍한 색을 쓰고, 캐릭터를 넣었던 게 좋았던 것 같다. 패키지를 본 사람들은 다 귀엽다고, 누룽지 같지 않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 누룽지 같지 않은 느낌을 이제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남았다. 사람들은 기존에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그 부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니 다른 문제 하나가 나타났다. 창업과 문제는 영혼의 동반자라고 했던가. (처음 들어봤을 수 있다. 그냥 내가 한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기꺼이 맞이하는 할 수 있는 강한 마음을 지녀야겠다. 창업에서도 삶에서도 중요한 교훈하나를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내 시골행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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