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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26. 2024

시골의 시장에만 있는 것

 시장은 나에게 설레는 단어다. 명절에 갔던 기억, 관광지에서 방문했던 기억, 친구들과 갔던 광장시장에서 먹었던 전에 막걸리 등등 먹을 것 넘치고 가격도 저렴한 안 살 수가 없는 것 천지였던 곳. 하나를 먹고 나면 돌아서서 또 먹을게 나오는 먹부림의 세계. 오일장 방문도 엄청난 설렘을 안고 시작했다.



 의성은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지역 사람들만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일장이라 해도 시장이 작다. 지금까지 갔던 서울의 시장들 또는 관광지의 시장을 생각했던 나는 규모면에서 실망으로 시작했다. 가로길이가 200미터는 되려나?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리고 물가도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사실 시골은 대량 생산, 대량 구매 같은 부분이 없기도 하고, 경쟁이 없다 보니 사실상 물가가 비싼 편이다. 시장 역시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가격의 기준이 조금 높았다.


 규모는 작더라도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어야 시장. 딱히 없다 싶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찬가게, 전가게, 분식, 과일, 전병, 떡집, 만두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있었다. 큰 시장도 중복되는 가게 빼고 나면 크기가 비슷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장이 작아 둘러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길을 잃지도 않았다. 이건 매우 좋았다. 나는 살 것만 딱 사고 아니, 사고 싶은 것만 딱 사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먹거리도 먹고, 시장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약간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하여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점심거리를 좀 사서 시장을 빠져나왔다. 집에 와서 보니 혼자 먹는 것 치고는 좀 많이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고두고 먹는 것이 또 시장의 맛이니까.


 

시골의 오일장은 작고 화려하지도 않다. 관광지의 시장이나 서울의 큰 시장들에 비해서는 부족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에는 진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씨, 행동, 직접 기른 작물, 직접 만든 반찬 등등 이런 소소한 것들이 이 작은 시장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게 한다. 애틋함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큰 마트, 큰 시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애틋함이 있다.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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