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동경 -4

by 노용호

미래는 동네까지 와주는 동생이 생긴 것에 대한 감사로 쿨하게 계산을 함과 동시에 10만 원이 넘게 나온 빌지를 들고 눈이 휘둥그레진 사장님에게 어떠냐 우리가 제법 먹지 않느냐고, 이고 지고 갈 것도 없다며 눙쳤고, 사장님은 뱃속에 기생충이 든 게 분명하다며 들어가는 길에 기생충 약을 꼭 사가라는 농담을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해 웃음을 자아냈다.


미래의 집은 정말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식당에서 걸어서 3분, 강남 그것도 역삼동 한복판에. 1층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고, 널찍한 지하 주차장으로는 여간해선 보기 어려운 매끈한 외제차들만 들어가는 잘빠진 오피스텔, 이런덴 누가 살까의 주인공이 미래였다. 미영은 티 내지 않으려고 곁눈 질로 오피스텔 내부를 살폈다. 다행히도 오피스텔은 원룸이었다. (큼직한 아파트였다면 미래와 벽이 생길뻔했다.)


그런 미영을 의식했는지 미래는 지금 회사가 자리 잡고 있는 단계여서 어떻게 될지 몰라 잠깐 살고 있는 거라며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고, 보증금이 없어 부담이 없다고 둘러 댔다. 그 얘기에 미영은 참지 못하고 월세가 그래서 얼만데요?라고 물었고, 미래는 어물쩍 둘러댄다는 걸 '한 2백 나가지'라고 말했다. 미영은 2백? 이라며 놀란 눈으로 미래를 쳐다봤고, 미래는 버는 거 다 여기에 쓴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하소연에 가까운 핑계를 댔다. 어쩌다 보니 미래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고, 미영은 그런 미래의 모습이 귀여워 계속 장난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이 언니 옷, 가방 다 명품이었네?"


"당근에서 산건야."


"당근에서 사도 그냥 줄리는 없잖아요!"


"세상에 이 코트 이거 맥스마란가 그거 아니에요?"


"그걸로 단벌숙녀 하는 거야."


"가방은 세상에나 누가 이런 가방을 이 추운 겨울에 덜렁덜렁 들고 나와요 가죽 다 상하겠네."


"어휴 말도 마. 어디 나가면 바닥에도 못 둬가지고, 내가 아주 그냥 모시고 산다."


재미를 붙인 미영은 본격적으로 온 집안을 둘러보며 장난을 쳤다.


혼자 살면서 세탁기는 왜 이렇게 크냐, 건조기는 건조대에 말리면 되지 이거 사서 쓰기는 하냐, 티비가 벽 하나다, 화장실이 화장실다워야지 향수 냄새가 나서 어쩌냐, 침대는 싱글이면 됐지, 바닥에 러그는 사치의 표본 아니냐 손에 짚이는 것마다, 눈에 보이는 것마다 장난을 치면서도 미영은 한편으로 미래의 이런 여유가 부러웠다. 자신은 서른이 넘도록 독립을 하지 못해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고작 세 살 언니인 미래는 자신의 취향대로 꾸민 강남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괴감이 들게 했다. 미래가 아무리 조심하며 둘러댄들 그 여유가 없어지랴. 미영의 눈에는 미래와 자신의 경제적 수준의 차이가 너무도 극명하고, 선명하게 보였다. 그 차이는 너무 커서 미영으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 언니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혼자만의 상상이 넘어선 안 되는 선을 가뿐히 사려밟을 즈음 미래가 그만하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아휴 됐어. 그만하고, 뭐 먹을래? 배달시킬까? "


"아휴 배불러 그냥 집에 뭐 없어요? "


그러면서 미영은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음료수와 맥주캔들은 '나 혼자 산다'에서나 봤던 연예인 냉장고를 생각나게 했고,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 도시락과 레트로 식품이 빈자리 하나 없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세상에 먹을 거 천지고만 무슨 또 배달은?"


미영은 맥주 두 캔과 샐러드 하나를 꺼내 식탁에 내려놓았다. 미래가 싱크대 서랍에서 맥주잔 두 개와 포크 두 개를 가져왔다. 포크는 당연히 세트였고, 내려놓는 맥주잔마저도 세트였다. 맥주는 캔째 비우며 플라스틱 포크를 몇 번씩 설거지해서 재활용하던 미영은 이런 사소한 것들 마저도 짝이 맞는 미래의 삶이 부러웠다. 그런 미영의 눈치를 보던 미래는 집들이 때 선물 들어온 거라며 자신도 그냥 대충 집에 있던 거 쓰려고 했는데 엄마가 와서 다 꺼내놓고 갔다며 에둘렀다.


"됐어. 마셔 언니."


"그래 짠이다!"


두 사람은 감자탕 집에서 했던 얘기를 복습하며 빠진 부분을 채워 넣었고, 다음날 이면 기억도 안 날 별거 아닌 얘기를 또 추가해서 한참을 나누다 미래는 미영에게 침대에서 자라며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잠이 들었다. 미영은 그런 미래를 몇 번 흔들어 깨우다 못 이기는 척 침대에 누웠다. 침대의 매트리스는 푹신했고, 이불의 감촉마저도 보들거리는 것이 미영의 마음에 쏙 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미래의 옷, 가방, 냉장고에 가지런히 열 맞춰 있는 음료와 음식들, 아기자기 꾸며놓은 가구들, 그리고 여유와 자신감 그 자체 미래. 미래의 삶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미래가 꾸며 놓은 이 방처럼 세련되고, 아기자기하며, 포근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 미래는 어떤 삶을 사는 것일까. 미영은 미래가 자신의 미래였으면 싶었다. 미래에는 부디 자신도 미래처럼 쿨하고, 세련되고, 여유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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