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치사한 밥벌이 - 5

by 노용호

"팀장님! 제정신이세요?"


미영은 팀장님의 호출로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커피맛'이 좋다던 카페로 불려 나와 있었다. 한참을 둘러둘러 뻘소리를 하던 팀장은 저번의 '그 일'을 언급하며 대표가 자꾸 얘기해서 어쩔 수가 없다,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징계를 받을 거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미영이다라는 소리를 했고, 그 말에 참지 못한 미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일순간 카페 안은 정적이 흘렀고, 카페 안 모든 사람들이(느낌상으로는 카페 밖에 지나가던 사람들까지도) 그 두 사람에게 집중됐다. 당황한 팀장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는다는 걸 놓쳐 테이블에 쏟았고, 서 있던 미영은 잽싸게 피했지만 앉아 있던 팀장의 바지 위로는 커피가 쏟아졌다. 팀장은 일어나서 커피를 털어대면서 미영에게 외쳤다.


"미영 씨! 제정신이냐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나 팀장이야! "


"말이 심해요? 지금 심한 게 누군데요?"


"내가 말했잖아 어쩔 수 없다고. 회사라는 데가 다 그래, 잘못이 있으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그걸 왜 내가 책임지냐고요? 팀장님이 사고를 쳐놓고 왜 나한테 지랄이냐고요! 아 진짜 못해먹겠네. "

미영은 말을 하고 아차 싶었지만 엎질러진 커피처럼 주어 담을 수 도 없었고, 어차피 빠구 아니라면 풀악셀이라는 생각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쏟아내기로 했다.


"뭐? 지랄? 말 다했어?"


"다 안 했다 왜! 당신이 제품 가격 잘못 알려줘 놓고 왜 내가 틀렸다 하는데, 응? 맨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면서 꼴랑 그거 전달하는 거 하나 제대로 못하고, 기껏 만들어 가면 확인하는 거 그거 하나 못해? 10살짜리 꼬맹이를 데려다 놓고 시켰어도 했겠다. 쪽팔리지도 않냐? 말끝마다 어디 학교 나왔다느니, 학점은 몇 점이었다느니, 어디 회사에 있다가 대표가 스카웃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왔다느니, 이런 소리 지껄이고선 이 지랄을 하고 있어? 응? 쪽팔리지도 않냐? 그동안 말한 거 안 쪽팔려?"


"야, 너 그만하지 못해? 너 이러고 회사 계속 다닐 수 있을 거 같아?"


"안 다녀 새끼야! 내가 이딴 회사 쪽팔려서 안 다닌다고!"


"뭐 새끼?"


"그리고 씨팔, 말끝마다 가족이 어떻고 하면서 그렇게 일하고 싶니? 가족 챙길 거면 제대로 일해 니 자식들은 너 나가서 이러고 다니는 거 알고는 있냐?"


"야! 어디 지잡대 나와가지고 오갈 데 없는 거 기껏 뽑아줬으면 감사해야지, 이래서 지잡대 것들은 안된다니까. 공부 잘하는 것도 다 인성이라고."


"뭐 인성? 지금 네가 그 입으로 인성을 얘기해? 참나 어이가 없네. 야! 됐고 꺼져 "


"꺼지긴 뭘 꺼져. 내가 촛불이냐, 꺼지게? 꺼지려면 너나 꺼져!"


팀장의 마지막 발악 같은 외침에 미영은 얼어붙었다. 미영과 팀장의 싸움을 구경하던 사람들과 카페 직원(느낌상 카페 밖에서 길을 걷어가던 사람들 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팀장의 외침은 상대의 전의를 일순간에 상실시켜 버렸고, 그 둘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이들마저도 이 싸움을 더 지켜봐야 할 명분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미영은 머리끝까지 불타 올랐던 전의가 가시자 이성을 찾았고, 팀장을 무시한 채 자신의 핸드폰을 챙겨 카페 밖으로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미영은 자리에 오자마자 총무부에 사직서 양식을 구했고, 일필휘지로 사직서를 작성해 나갔다. 퇴직사유는 아주 잠시 고민했지만 '씨팔 좆같아서 못해먹겠네'라는 문구보다 더 적절한 사유를 찾지는 못했고, 어기적 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온 팀장 면전에 잔뜩 구겨진 사직서를 던졌다. 자리로 돌아온 미영은 빈 A4용지 박스를 가져와 챙길 것도 많지 않은 자신의 짐을 챙겨 넣기 시작했다. 이에 팀장은 참지 못하고 한 소리 했다.


"미영 씨 지금 뭐 하는 거야? 회사에는 절차가 있어!"


"절차? 웃기시네 절차가 있어서 그 모양인가? 좆까라그래"


설마 사무실에서 까지 그럴 줄 예상치 못했던 팀장은 당황했지만 다른 팀원들의 시선을 느껴 위엄 있는 태도로 미영을 대하려 했다.


"미영 씨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회사에서! 해도 될 말이 있고 해서는 안될 말이 있지."


"당신이 한 말은 해도 되는 말이었어? 그 말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말이었으면 지금처럼 다 듣는데서 하지 쫌스럼게 사람을 그 먼 카페까지 불러서 해?"


"그건..."


미영의 맞는 말에 당황한 팀장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사라졌고, 미영은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뭐? 한 딱가리 더 하자고? 여기서?"


팀장은 더이상 말을 섞어봐야 본적도 찾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무실 내의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미영은 짐을 챙겨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온 옆자리 직원 주은은 미영에게 괜찮냐며, 무슨 일이냐며, 이대로 나가면 어떻게 하냐며, 나가면 갈 데는 있냐며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캐물었다. 그런 주은에게 미영은 '욕봐요. 주은씨'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건물 입구에 선 미영은 바닥에 짐을 아무렇게나 두고는 담배 하나를 빼물었다. 깊게 들이마신 연기들이 몸속 장기 곳곳에 니코틴을 전달하기를 기다렸다가 크게 내뱉었다. 그리곤 핸드폰을 꺼내 들어 미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나 언니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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