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전략을 구상하고 수립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
‘도서출판 한울’에서 1994년도 12월에 역사학 강좌 시리즈로 초판을 발간한 서적인 『전략과 전술』은 고대 페르시아 전쟁으로부터 20세기 핵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시대 순으로 당대의 전략, 전술, 군사제도를 소개한 책자이다. 이 책의 저자인 귄터 블루멘트리트(Günther Blumentritt)는 1892년도의 독일 뮌헨(München) 태생으로서 1914년 프러시아 전쟁 학교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여 양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야전군 및 집단군 참모장, 육군 참모본부 참모차장, 야전군 사령관 등을 역임하였다. 전쟁 종료 후에는 영국의 군사 이론가 리델 하트(B. H. Liddell Hart)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저작 활동에 몰두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장군이다.
블루멘트리트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역사 및 철학적 관점에서 전쟁을 분석하기 위하여 토인비(A. J. Toynbee), 라이트(Quincy Wright) 등 45인이 저술한 47권의 역사서 및 철학서를 참고하였다. 전쟁과 정치 그리고 전략, 작전술, 전술 분야에서는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 리델 하트(H. B. Liddell Hart), 몰트케(H. V. Moltke), 마키아벨리(N. Machiavelli) 등 62인의 군사서적 및 정치서적 74권을 참고하였다. 군사제도와 육군 조직 연구를 위해서는 전문가 20인의 저작 21권, 무기체계 분야에서는 63인의 저서를 참조하였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시대별로 분류하는 연구를 위해서는 188인이 저술한 218권의 서적을 참고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풍부한 전쟁 경험을 토대로 하여 저명한 군사 이론가와의 교류를 통해서 고유의 군사이론을 정립한 저자 블루멘트리트 장군의 약력, 그리고 저술을 위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술한 423권의 방대한 참고문헌을 사용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전략과 전술, 군사제도의 시대적 변천사를 조망한 이 책의 전문서적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역자 류제승은 1979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1976-78년과 1983-84년 등 2회에 걸쳐서 독일 유학을 다녀왔고, 야전 지휘관인 대대장을 역임하였으며, 번역 당시 국방부에 근무 중인 현역 장교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독일어 능력을 보유한 군사전문가인 역자의 약력을 고려해 볼 때, 번역서로서 이 책의 가치 또한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며, 원문에서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논거를 잘 설명하였을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블루멘트리트 장군의 『전략과 전술』은 역사 전반의 흐름 속에서 두드러진 역사를 개관할 수 있다. 또 그 역사적 전환점에 영향을 미친 시대정신이 무엇이었는가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를 결정하고 인류의 생활공간의 형태를 변화시킨, 각각 독립적이면서 상호 불가분의 관계인 전략과 전술, 그리고 군사제도의 개념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서 설명함으로써, 오늘날의 전략, 전술, 군사제도의 근원을 밝힌 책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주요 논지는, 첫째, 전쟁은 전략, 작전술, 전술이 투영된 종합 예술이다. 둘째, 평시 전쟁의 억제와 전시 전쟁의 승리는 정치와 군사의 조화에 좌우된다. 셋째, 용병술, 군사제도, 무기체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머리말, 11개 장(章)의 본문, 맺음말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 제5장까지는 전쟁, 전략, 작전술, 전술, 간접 전략과 대(大) 기만에 대하여 다루었고, 제6장에서는 고대 페르시아 전쟁과 알렉산더 대왕 시절의 전략과 전술, 군사제도를 설명하였다. 특히 고대의 전쟁과 전쟁 수행은 현재와 미래의 전쟁과 전쟁 수행의 고전적 전형이 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제7장에서는 로마시대, 제8장에서는 중세, 제9장과 제10장에서는 근대, 제11장에서는 현대의 전략과 전술, 군사제도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각 장에서 저자가 강조하고자 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에서는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 전쟁을 통하여 적이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아측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더 높은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불가측성(不可測性)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 간 힘의 균형과 현대 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을 고려한다면, 전쟁은 한 국가의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거나 반전시키는 결정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p.18). 따라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군사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며,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기체계와 연계된 교육훈련과 정신무장이 필수적이며 전쟁에 관한 연구, 즉 전쟁의 표현 형태인 전략과 전술, 그리고 군사제도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군인이 군사문제와 관련된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군사 전문지식으로만 만족한다면, 이러한 군인이 주축이 되어 수행하는 전쟁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므로, 군사학 외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 전체적 관점에서 부분을 관조할 수 있는 군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일례로 특정한 전쟁을 연구할 경우, 당시의 정치 상황, 국가 체제, 사회․경제적 요소, 사회 규범의 특징, 물질적․기술적 수단과 가용능력, 당대의 역사를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pp.18-21).
제2장에서는 전략, 작전술, 전술의 각 개념들은 각각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우며 상호 삼투 관계에 있으므로, 각각의 개념을 도식화하여 정의하려는 시도는 삼가해야 한다고 하였다(p.25). 그리고 현대적 관점에서 전략의 개념을 확대하여 정치․경제․사상․선전․심리적 요소들의 총화이며 하나의 다원적 통일체라고 정의하였다(p.26).
제3장 작전술에서는, 전략의 군사적 하위 개념인 작전적 수준의 문제에 대해서는 군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만 하며, 이러한 역할이 정치 지도자에 의해서 감독 또는 변경되는 경우가 발생할지라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군인의 고유 영역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현대 국가의 지도자는 전략에 대한 개념과 그 수행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군의 최고 사령관도 정치에 대한 식견을 충분히 갖춤으로써,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정치인과 군인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pp.28-29).
제4장에서는 전술이란 아군 상황과 적군 상황을 고려하여 지형 조건에 적합하게 제병과 전투 수단을 기동시키고 조직해서 조화로운 운용을 도모하는 학(學) 또는 술(術)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정의를 고려해 볼 때 전술은 야전에 있는 군 지휘관의 독자적 영역이라고 하였다(p.30). 또한 책과 연습을 통해서 조직과 표준 전술은 습득할 수 있으나 응용 전술은 체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략, 작전술, 전술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요소는 군사적 천재성과 재능이라고 하였다(pp.31-32). 그리고 전략과 전술은 그 수행자의 개성과 능력, 그리고 각각의 상황 및 조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당대의 시대정신, 사회구조, 세계관, 국가체제, 국민의 전쟁관, 지리적 상황, 지상 및 해상전력, 무기 기술 수준, 경제적 관계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시대의 전략과 전술을 지나치게 ‘체계화’ 또는 ‘교리화’하려는 시도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pp.33-34).
제5장에서는 적의 군사력을 섬멸하여 전쟁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직접 전략을 단단한 검(Schwert)에 비유한다면,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적을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하여 전승의 조건이 성숙되면 비로소 적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는 간접 전략은 민첩하게 사용 가능한 유연한 펜싱용 칼(Florett)로 비유할 수 있다고 하였다(p.37). 간접 전략은 적 국민과 적국 군사력의 전투 의지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 것으로써,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현대 무기의 위협으로 인한 ‘공포의 확산’ 술책도 간접 전략 수행을 위한 강력한 수단임을 강조하였다(p.39-41). 역사적 전례를 살펴보면 간접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경우 직접 전략을 적용하였으며, 대부분의 대륙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는 동맹국의 결성과 국제무역 추진의 용이성으로 인해서 간접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한다(p.43). 대(大) 기만에 대해서는 이것이 정치․심리․경제․기술․군사적 수단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적으로 하여금 아측의 기만 내용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하였다. 또한 전략적 대기만의 경우에는, 대기만을 수행하는 국가 수뇌부가 자국민들도 기만할 수 있어야 적국에 대한 기만의 성공이 그만큼 보장되기 때문에, 자국에서도 이것이 진지하게 사실로 비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pp.44-45).
제6장과 제7장에서는 현재와 미래의 전쟁과 전쟁수행의 고전적 준거 틀을 제공하는 고대의 전략과 전술, 군사제도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고대 페르시아와 로마시대의 전략은 국제정치 및 국내 정치, 경제, 군사작전의 제반 요소가 조화롭게 유기적으로 통합 작용함으로써 현대 전략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으며, 순수 군사 분야와 요소는 전략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pp.64-65). 전술 부분에서는 알렉산더 시대의 제병과 협동 전술을 현대 전술의 전형(典型)으로 평가하고 있다(p.78). 군사제도 부분에서는, 고대 무역상(貿易商) 들이 귀국길에 외국의 문물과 함께 육군 제도를 도입하였다(p.49). 예를 들면, 부유한 무역국가인 카르타고의 경우는 병역의무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용병제도를 운영하였다. 아테네와 로마는 무역을 통해서 부(富)가 축적되면서 최초에 시행했던 병역의무제도를 용병제도로 바꾸었다. 이러한 병역제도의 변화는 군대의 질과 군기를 향상했으며 새로운 전술이 출현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p.101).
중세 시대를 다룬 제8장에서는 카알 대제의 전략으로서 군사적인 문제를 최종적으로 정치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해결하고, 역으로 군사적 무력 수단을 이용하여 정치적으로 뒤엉킨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을 소개하였다(p.143). 그러나 전술 분야에서, 중세 기사 육군은 전투지휘에 필요한 정교한 내용이 결여되어 있는 단순한 교범을 사용하는 등 전술다운 전술은 없었다고 한다(p.155). 또한 군사제도 분야에서도 중세의 보병은 고대에 비해서 시대적 환경으로 인해 퇴보할 수밖에 없었으며, 궁극적으로 중세시대의 전략과 전술, 군사제도는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교훈을 도출하기는 빈약한 것이었다(p.159).
근대의 전략과 전술, 군사제도에 대한 소개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제9장에서는 14세기로부터 18세기, 제10장에서는 19세기를 다루었다. 근대의 전략가로서 프리드리히 대왕을 소개하고 있는 데, 그는 정치를 전략의 주요 역할 요소로 보았으며 정치를 통하여 상대국의 우월한 세력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였다고 한다(p.219). 나폴레옹 시대에는 최고 수준의 전략이 시대 전반에 걸쳐서 펼쳐졌는데, 이는 나폴레옹 황제가 야전사령관이면서 동시에 정치가였기 때문이었다. 나폴레옹은 전쟁 상대국으로 어느 국가를 선택하였을 경우, 그 전쟁 상대국을 지원할 수 있는 동맹국들을 고립시킴으로써 동맹관계를 방해하는 데 전략의 목표를 두었으며, 자국의 군사작전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서 동맹국들에 대해서 위협, 아첨, 또는 관용의 방법을 사용하였다(pp.231-232). 근대 프랑스 군은 복무기간이 충분함으로 군기 유지와 교육훈련관리가 잘 되었으며, 전술 기동 연습과 반복 숙달 훈련의 기회도 확대되었다. 이러한 훈련은 현대의 실병 전투기동 연습의 전신(前身)이라고 할 수 있다(p.202). 군사제도면에서 프러시아는 동원되었을 경우 약 8만여 명에 달하는 군대를 운용함에 있어서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서 상시 근무, 휴가, 자유 경계 근무 등 3개 부류로 구분하여 운용하기도 하였다(pp.215-216). 프랑스 군은 당대의 혁명적 시대정신의 영향으로 국민개병제를 도입하여 국민 총동원의 개념을 배태시켰다. 이 병역의무제도는 자유, 평등, 박애, 조국 수호를 위한 국민의 의무를 상징하였다(p.226). 프랑스 육군은 보병, 포병, 기병 등 제 병과를 사단이라는 조직에 상비 편성하여 통합 운용하기도 하였다(p.227).
제11장에서는 현대, 즉 20세기의 전략과 전술, 군사제도를 다루었다. 이 시대에는 과학기술의 발달 및 각 국가들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 및 정치적 경쟁 관계의 증대로 인한 갈등으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이 시대의 전략, 전술, 군사제도의 소개는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단, 저자는 이 장에서 20세기 핵무기의 출현은, 핵전쟁 상황 하에서 기동이 가능한 것인지, 교착된 진지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핵폭탄이 투하되었을 경우 작전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면 모든 생명체가 없어지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재기하면서, 예상되는 핵전쟁에 대비하여 교육훈련을 평소에 철저히 실시하면서 재래식 군비도 충분히 갖추어야 함을 강조하였음을 밝혀 둔다(p.333).
블루멘트리트 장군은 이 책의 저술을 마무리하면서, 인류의 미래는 대량살상 무기인 핵무기의 제거 여부에 달려 있으며, 핵 군축과 관련한 문제는 국민, 군, 동맹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정치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반면 전략은 전쟁 시에만 적용되는 전쟁의 전유물이 아니며(p.338), 평화 시에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므로 참다운 전략을 구상하고 수립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인간이 불을 다스리듯 핵 에너지를 잘 다스려서 축복이 넘치는 세상을 꾸며 나가기를 기원하고 싶다고 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 있다.(pp.338-339).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그것을 현실적으로 적용시켜보면, 첫째, 전쟁은 전략적 행동이고 전역은 작전적 행동이며 전투는 전술적 행동이다. 또한 전쟁은 전략, 작전술, 전술이 투영된 종합예술이며, 전략, 작전술, 전술은 상호 중첩되는 부분을 갖는다. 따라서 이들의 영역을 완전히 구분하여 생각하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둘째, 정치와 군사의 조화와 관련해서 국가 지도자는 명확한 전략개념을 갖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반면, 군 최고 사령관은 정치에 대한 식견과 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군인은 작전적 수준의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와 군사문제가 상충될 경우에는 정치인이 결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 전체적 관점에서 시대정신에 입각하여 군사(軍事) 부분을 관조(觀照)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군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리와 교육훈련을 포함하는 용병술, 부대구조를 포함하는 군사 제도, 그리고 무기체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들의 주체가 되는 장교의 의식개혁 및 능력개발을 포함한 군대의 개혁(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을 통해서 이러한 것들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준거 틀(Frame of Reference)'을 제공하는 과거의 거울에 현재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귄터 블루멘트리트, 류제승 역 [전략과 전술] 책 리뷰는 작가가 2003년도에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