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의 다국적 특별조사팀은 결코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5월 3일 오전 7시 41분 군사분계선 북쪽에 있는 북한군 초소에서 날아온 총탄 4발이 남쪽의 유엔사측 한국군 초소(GP: Guard Post)의 외벽에 맞았다. 한국군은 자체 교전수칙에 따라 2회의 경고 방송 후 30발로 응사했다. 총격 당시 한국 합참은 당시 기상 상황과 북한군의 동향, 대북 기술정보 등을 고려해 북한군의 우발적인 상황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에 대해 한국 합참은 자체 현장 조사 결과, "당시 우리 군의 대응은 비례성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엔사의 다국적 특별조사팀의 조사 결과, "유엔사는 북한군과 남북한 양측 모두 군사분계선 넘어 허가되지 않은 총격을 가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북한군의) 총격 4발이 고의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는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유엔사는 "북한군 측에 총격 사건과 관련한 정보 제공을 요청하였고, 북한군은 이를 수신하였으나,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한다. [인터넷 연합뉴스 2020.05.26. 오후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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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방부는 5월 26일 유엔사가 발표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내 아군 감시초소(GP) 총격 사건 특별조사 결과와 관련해 "우리 현장부대는 당시 북한군의 총격에 대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며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제적 조사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우리 군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9.19 군사합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적극 뒷받침할 수 있도록 DMZ 등에서의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도 지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일보 2020.5.27. 2면]
pdf.dema.mil.kr/pdf/pdfData/2020/20200527/B202005270201.pdf
연합뉴스는 5월 26일자 기사에 유엔사 특별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유엔사 "북한군 GP 총격, 우발인지 판단못해" ... 한국군과 엇갈려라는 표제를 달았다. 국방일보는 5월 27일자 기사에 유엔사 조사 결과에 입장 표명, "북 GP 총격 대응 적절 조치"라는 표제로 대응했다. 이 두개의 기사 내용을 보면, 유엔사의 특별조사 결과에 우리 한국군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었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의 기사는 한국군의 자위적 대응 조치에 대해 유엔사의 해석이 엇갈려 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국방일보의 기사는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제적 조사 없이 발표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하였다. 이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다국적 특별조사팀(SIT: Special Investigation Team)을 편성해서 조사를 시킨 유엔사 군정위(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엔사 군정위는 아군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이 아니다. 사건을 조사한 다국적 특별조사팀은 더욱 그렇다. 작가는 현역 군인으로 복무하던 시절에 유엔사 군정위의 다국적 특별조사팀 구성원으로서 수십차례의 조사활동에 참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유엔사 군정위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전협정과 유엔사 규정에 명시된 관련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국 정전협정(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최고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Agreement between the Commander-In-Chief, United Nations Command, on the one hand, and the Supreme Commander of the Korean People's Army and the Commander of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 on the other hand, concerning a Military Armistice in Korea) 제2조 20항에 의하면 군사정전위원회는 10명의 고급장교로 구성하되 그 중의 5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 이를 임명하며 그 중의 5명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이 공동으로 이를 임명한다. 제2조 24항에 의하면 "군사정전위원회의 전반적 임무는 본 정전협정의 실시를 감독하며 본 정전협정의 어떠한 위반사건이던지 협의하여 처리하는 것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유엔사 군정위는 군사정전위원회 10명 중 유엔사측 5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임무는 정전협정 실시를 감독하며, 위반사건을 협의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현재 유엔사 군정위 위원은 수석대표(한국군 장성), 미국 대표, 영연방대표, 한국대표, 순환 대표(16개 유엔사 회원국 중 순환)로 구성되어 있다. 북측은 1991년 3월 한국군 장성이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로 임명된 이후부터 군정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북측은 1994년 5월부터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하여 운용하고 있다.
"정전협정 제2조 25항 ㅁ목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는 공동감시소조의 운영을 지시할 수 있다. 동 항목에 의거, 공동감시소조는 비무장지대와 한강하구에서 발생한 정전협정 위반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군정위에 보고한다. 공동감시소조는 유엔군사령부, 북한군, 중국인민지원군으로 구성된다. 관례적으로 공동감시소조 파견에 앞서 각 측은 공동감시소조 조사에 대한 준비의 일환으로 특별조사반을 자체적으로 구성하여 사건에 대한 초기 정보를 수집한다. 유엔사-북한군간 공동감시소조 활동은 1996년 마지막으로 실시되었다. 그 후 북한군은 정전협정 위반을 조사하기 위한 공동감시소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유엔사는 모든 정전협정 위반 추정 사건들에 대한 조사를 자체 특별조사반을 통해 실시하였다." [유엔사 규정 551-4 한국 정전협정 준수, 2019.5.31.] 상술한 바와 같이 유엔사 군정위는 정전협정 위반 추정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조사반을 구성해서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전협정 제1조 6항에 의하면 "쌍방은 모두 비무장지대 내에서 또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또는 비무장지대에 향하여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유엔사 규정 551-4(한국 정전협정 준수)에 의하면 "군사분계선 너머로 화기를 발사하는 행위"는 여러가지의 중대한 위반 행위 중 하나다. 따라서 북한군이 아군 GP를 향해 4발을 사격한 것과 아군이 30발 응사한 것은 모두 비무장지대 내의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있고, 군사분계선 너머로 화기를 발사한 행위이므로 정전협정 위반인 것이다. 특별조사반의 입장에서 볼 때, 의도적으로 한 것이나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자위권 차원으로 한 것이나 또는 오발 사고로 인한 것이나 상관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대측으로 총격을 가한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 행위다.
유엔사 군정위 특별조사팀이 조사를 할 때,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의 시찰소조 인원이 동행한다. 유엔사 측에서 활동하는 중감위 인원들은 스웨덴 군과 스위스 군에서 파견되었다. 이들은 유엔사 군정위 특별조사팀이 공정하게 조사를 하는지를 살펴보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유엔사 군정위 특별조사팀이 어느 한편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한쪽 편에 유리하게 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
유엔사는 북한군 측에 관련 정보를 요구하였고 응신하였으나 그들이 공식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발표하였다. 따라서 유엔사 군정위 특별조사팀은 사건의 시발점인 북한군쪽은 배제한 채, 한국군 GP 건물에 남아 있는 북한군 사격으로 인한 피탄 흔적과 한국군의 대응 사격 관련된 사항만 조사했을 것이다. 즉, 유엔사 특별조사팀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건 현장의 북쪽은 제외하고 남쪽만 조사를 한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의 조사결과로는 북한군이 우발적으로 사격을 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사격을 한 것인지 명확히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 입장에서 볼 때, "우발적으로 사격을 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발표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론에서는 유엔사 측과 한국군 측의 의견이 엇갈린다고 했지만, 작가가 볼 때 유엔사 측은 정전협정과 유엔사 규정에 입각한 특별조사를 한 것이고, 한국군은 교전규칙 대로 대응한 것이다. 즉, 유엔사나 한국군이나 제 할일을 제대로 한 것이다. 이것을 두고 유엔사와 한국군의 관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정전협정과 유엔사 규정, 그리고 한국군의 교전규칙이 상호 충돌되는 부분이 있는 지 잘 살펴볼 일이다. 우리나라의 국내법도 상호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 하물며 1953년 유엔군측과 조중측이 체결한 정전협정, 유엔군사령부에서 임의로 작성하는 유엔사 규정, 그리고 한국군이 단독으로 만들어서 운용하는 교전규칙이 상호 충돌하지 않을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유엔군사령부의 각종 규정은 인터넷 미8군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래는 유엔사 규정 551-4(한국 정전협정 준수) 전문을 볼 수 있는 URL이다.
8tharmy.korea.army.mil/g1/assets/regulations/unc/UNC-Reg-551-4-Kor-20190513-v2.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