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은혜는 지우고 남에게 베푼 은혜는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세상에는 남에게 은혜를 입거나 신세를 지고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고마움을 모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를 도와준 사람을 오히려 미워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자기를 도와준 사람에게 평생 동안 빚진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자기가 도와준 사람은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가 나의 선행을 자랑스러워하고 두고두고 감사하리라고 확신하면서. 이런 심리를 '페리숑 콤플렉스'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부유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페리숑은 부인과 딸을 데리고 스위스 알프스로 여행을 떠난다. 페리숑 가족의 여행 소식을 들은 청년 아르망과 다니엘, 페리숑의 딸 앙리에트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이들이 여행에 동참한다. 여행 중에 페리숑은 승마를 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낭떠러지로 굴렀고 절벽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때 청년 아르망이 페리숑의 목숨을 구해 준다. 페리숑 씨 일가는 아르망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처음엔 고마워하던 페리숑이 점점 그 당시 아르망의 선행을 폄하하려고 노력한다. 자기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에 나무를 붙잡으려던 순간에 아르망이 도와줬고, 만약에 절벽에서 떨어졌더라도 크게 다치진 않았을 거라고 하면서 자기 생명을 구해 준 아르망의 은혜를 깍아내린다.
또 어느 날 페리숑이 다른 청년 다니엘과 함께 빙하 트레킹을 나갔다. 트레킹을 하던 중 다니엘이 크레바스에 빠지는 위험에 놓인다. 페리숑은 기지를 발휘하여 크레바스에서 다니엘을 꺼내어 준다. 숙소로 돌아온 페리숑은 자기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다니엘은 크레바스에서 얼어 죽었을 거라면서 아내와 딸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다니엘도 페리숑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며 그를 추켜 세웠다. 이때부터 페리숑은 딸 앙리에트가 아르망보다 다니엘에게 관심을 더 많이 갖도록 부추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생명을 구해준 아르망의 도움은 조금씩 조금씩 페리숑에게 언짢은 기억이 되어 버린다. 그는 아르망이 도와줬던 행동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는지 조차 의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페리숑 씨의 여행'이라는 희극의 줄거리다.
사람은 누구나 '페리숑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