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의 법적 지위와 그 관할권

법학자, 해양경찰, 고위 관료의 한강하구 법적 지위와 관할권에 대한 견해

by Kenny 계용호

한강 하구는 우리나라의 영해 또는 내수인 것 같지만 그 수역의 관할권은 군사정전위원회가 관장하고 있다. 한강 하구가 우리나라의 영해인가? 아니면 우리나라의 내수인가? 그 수역에 대한 군사적 관할권을 한국 정전협정에 근거하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장한다면, 행정적 관할권은 누구에게 속한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제성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명석 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장, 그리고 대북정책 관련 고위 관료 출신인 이상철의 견해를 들어 보고자 한다.


제성호가 주장하는 한강 하구의 법적 지위다. 첫째, 한강 하구는 남북한의 접경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접경 하천 또는 경계하천의 성격을 갖는다. 접경 하천이란 표현은 남북한이 국제법상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사용하였다. 둘째,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에 의해 유엔사와 공산군 간에 설정된 특수지역으로 비무장 중립지역이다.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에 의해 설치된 비무장지대와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적대 쌍방 사령관이 비무장화의 의무를 부담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의 연장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셋째, 한강 하구는 공유하천이다. 한강 하구 공동 영유의 주체는 남북한이며 정전협정에 따른 공동관할의 주체는 군사정전위원회다. 넷째, 한강 하구는 조건부 개방 하천이다. 정전협정 후속 합의서 "A"에 의하면, 한강 하구에서의 민간 선박의 항행은 자유통항이 아니라 군사정전위원회 또는 유엔군사령부의 조건부 승인사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강 하구는 공해상과 같이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개방구역은 아니며, 정전협정의 통제 아래에 있는 조건부 개방 하천 또는 통제된 개방구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한강 하구가 비무장지대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개방된 지역이며, 한강 하구에서 유엔군사령관의 관할권 행사의 강도는 비무장지대보다는 약하다.

제성호는 정전협정 후속 합의서 "A"에 근거하여 한강 하구에서의 군사정전위원회의 관할권을 4가지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비무장화 집행 감독 및 조사권, 항행 및 표식물 설치 허가권, 입법적 관할권으로써의 항행 규칙 제정권, 제한적인 유엔군사령부의 집행 관할권 등이다.


제성호가 제시한 유엔군사령부의 집행 관할권에 의해 한강 하구에서의 민용 선박 운항이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제성호의 설명에 의하면 후속 합의서 "A"에 의거하여 유엔군사령관은 남측 통제지역(육지)과 한강 하구가 접하는 수역의 하구 및 항구에 표식물 설치권(3항), 남측 인원에 대한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 관할권(5항), 남측의 선박 등록 규칙 제정권(9항), 선박 관련 사항의 군정위에의 보고 및 제출의 권리(9항)를 갖는다고 한다. 상술한 제성호의 견해는 [중앙 법학] 제11집 제1호(2009.4.)에 게재된 그의 논문인 "한국 정전협정상의 한강하구의 법적 지위: 소위 '나들섬 구상' 추진과 관련하여"에서 발췌 인용한 것이다.


고명석은 한강 하구가 영해인가 내수인가의 여부와 그 수역에서 우리나라가 완전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그의 견해는 [한국 해양경찰학 회보] 제6권 제3호(통권 12호, 2007)에 게재된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에 관한 고찰: NLL 인근 수역과 한강하구를 중심으로"에 게재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다음은 고명석의 연구 내용이다.


한강 하구의 법적 지위를 알기 위해서는 이 수역을 무해 통항권이 인정되는 영해로 볼 것인가 인정되지 않는 내수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강 하구를 영해 또는 내수로 볼 수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은 해당 수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 그 특수성은 첫째, 한강 하구 경계선 접근방식은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로 확정된 서해상 해상분계선 접근방식과 다르다는 것이다. NLL 인근 수역에는 중립 수역이 없고 해상분계선이 명확한 반면,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 후속 합의서에 의해 중립 수역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해상경계선이 모호한 상태다. 둘째,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서는 해당 수역에 대하여 직선기선의 기점을 한강 수역보다 훨씬 남쪽에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강 하구에는 영해기점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서 영해와 내수를 구분할 수 있는 경계점이 없다는 것이다.


고명석은 한강 하구 수역을 영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한강 하구를 포함한 서해 5도 수역에 대하여 남북 간 특수성으로 인하여 영해 여부를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은 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 영해의 범위는 외국 선박에 대하여 주권적 영향을 미치므로 외국과의 관계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수역이다. 따라서 명시적 규정이나 영해기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셋째, 영해 및 접속수역법 시행령 별표 1에 서해 쪽 직선기선의 기점으로 정하고 있는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소령도 보다 한강 하구가 육지 쪽에 들어와 있어서 내수로 볼 수는 있어도 영해로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수역을 우리나라의 절대적 주권 하에 있는 내수로 볼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학계 또는 법조계의 본격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양법적 관점에서 한강 하구를 내수로 볼 수 있는가 여부를 3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 첫째, 한강 하구를 폐쇄선으로 하는 영해기점 방식이다. 폐쇄선 방식을 한강 하구에 적용하면 두 가지 경우를 고려할 수 있다. 북한-말도-볼음도를 직선으로 잇는 선을 영해기선으로 할 경우, 이선의 육지 쪽은 내수에 해당되면 한강 하구 쪽은 모두 내수에 속한다. 반면 북한-교동도-강화도를 잇는 직선을 영해기선으로 할 경우에는 한강 하구가 모두 내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외곽도서 통상 기점 육지 쪽을 내수로 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한강 하구에 적용하면 말도-볼음도-주문도-장봉도 등 한강 하구 외곽도서 간조선을 이어서 연결해야 한다. 이선의 바깥쪽은 영해에 속하고 육지 쪽 수역은 내수에 속한다. 이 경우에 한강 하구는 모두 통상기선에서 육지 쪽인 우리나라의 내수에 속하게 된다. 셋째, 현행 직선기선을 연장하여 연결하는 방식이다. 서해안 북쪽 마지막 직선기선 기점인 소령도로부터 최외곽 도서를 연결하는 임의의 직선을 연결해 보면 한강 하구 수역은 내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학문적 검토 결과, 한강 하구 수역은 우리나라의 주권이 독점적으로 미치는 내수로 볼 수 있다. 한강 하구의 법적 성격을 내수로 본다 하더라도 북한이나 유엔사와의 현실적 관계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완전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국내법과 함께 정전에 관한 국제법이 적용된다고 해석되어야 하며, 이로 인하여 유엔사의 관할권이 전적으로 배제된다고 해석될 수는 없다. 결국, 한강 하구는 정전협정 후속 합의서에 의해 규율되는 특수한 수역이다. 예를 들면 중국 어선 단속 등의 경우에 유엔사의 관할권에 의해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또 북한 쪽의 강안 100미터 이내로는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는 것처럼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관할권이 제한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한강 하구 수역에서 유엔사가 행사하는 관할권은 정전체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제법상 인정되는 특수권한인 군사적 관할권에 국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전협정 후속 합의서인 한강 하구에서의 민용 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 및 관계사항에도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는 규칙 위주로 명시되어 있고 일반적 불법사항을 규율하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한강 하구 수역이 유엔사가 관리하는 중립 수역이라 할지라도 군사적 측면에서 중립이며, 우리나라가 행사하는 일반적 국가 관할권인 입법권과 행정권과 사법권은 이 수역에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강 하구에서 군사적 차원의 관할권은 유엔군사령관이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 등과 같은 평시적 행위에 대한 행정적인 관리 권한은 우리나라가 가지며 우리나라의 국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된다는 것이 고명석의 주장이다.


국방부를 거쳐 청와대에서 오랫동안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고위 관료 출신 이상철의 한강하구 항행 허가권 관련 견해다. 이상철의 의견은 그가 집필하고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2012년 발간한 [한반도 정전체제]에서 발췌 인용하였다. 이상철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한강 하구 항행 허가와 관련된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주장이다.


한강 하구와 관련하여 정전협정 제5항에는 민간 선박의 항행을 위해 개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전협정 후속 합의서 "A" 한강 하구에서 민용 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 및 관계사항에 항행 허가를 요구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민간선박의 항행을 위해 유엔사 군정위의 승인은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후속 합의서 "A"의 절차와 규정들을 감안하면 유엔사 군정위는 민간선박의 항행에 대한 허가와 관련된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후속 합의서에는 항행을 요청하는 민간선박은 쌍방이 정하는 규칙에 따라 등록하고 이를 군정위에 제출해야 하며, 군정위나 민정경찰의 조사, 수색, 문의에 복종해야 하는 등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후속 합의서상 북한군 측의 동의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강하구를 항행하는 민간선박이 군정위에 등록하고 비치토록 한 규정은 군정위의 일방인 북한군 측도 이를 공유토록 하는 것이므로, 북한군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운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1994년 북한 측이 군정위에서 철수한 이후, 민간선박이 한강하구 운항을 요청할 경우에 유엔사 군정위가 민간선박의 등록증을 발급토록 하고 북측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등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것이 이상철의 주장이다.


법학대학원 교수 제성호, 해양경찰 본부장 고명석, 대북정책 관련 정부 고위 관료 이상철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한강 하구는 영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내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강 하구에서 유엔군사령관의 군사적 관할권을 갖고 있다. 또 정전협정과 그 후속 합의서에 의해 한강 하구에서 민간 선박 항행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그 통제 권한은 여전히 유엔군사령관(또는 군정위 유엔사 측)에게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군대 또는 민간인과 민간 선박이 한강 하구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의 경우다. 첫째,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 한강 하구에 대한 군사정전위원회의 권능이 무효화될 수 있다. 둘째, 군사정전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조중 측 군정위 위원을 대신하여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한 북한처럼 우리나라가 군정위 유엔사 측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한미 동맹의 균열과 국제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군인과 민간인 또는 민간선박의 한강 하구 출입 승인 권한은 유엔군사령관(또는 군정위 유엔사 측)이 계속 행사할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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