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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02. 2020

Jared Diamond [총, 균, 쇠]

병원균이 총기나 철제 무기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COVID-19와 연관된 뉴스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일상생활의 거의 전분야에 걸쳐 연일 보도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감염될지, 바이러스가 언제 수그러들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위축된 외부 활동으로 인해 책을 더 가까이할 수 있는 이득도 있다.




Jared Diamond는 [Guns, Germs, and Steel(총, 균, 쇠)]에서 18C 무렵 스페인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하고 신세계로 이주할 수 있었던 직접적 원인을 총, 균, 쇠라고 주장한다. 총기, 쇠 무기, 말 등을 중심으로 한 군사 기술, 유라시아 고유의 전염병, 유럽의 해양 기술, 유럽 국가들의 중앙 집권적 정치 조직, 문자 등이 승리의 직접적 원인이며 이를 함축한 것이 총, 균, 쇠라는 것이다. 이 요인들 덕에 근대의 유럽인들이 다른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112쪽).

특히 흥미로운 내용은, 유라시아의 병원균이 유라시아의 총기나 철제 무기보다 훨씬 더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과 기타 비유럽인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역사적 사실이다(41쪽).

세계사를 변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인은, 상당한 면역성을 가진 침략자들이 면역성 없는 민족에게 퍼뜨리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발진 티푸스, 흑사병을 비롯한 유럽 고유의 전염병들은 다른 대륙의 많은 민족들을 몰살시킴으로써 유럽인들의 정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107~108쪽).

Jared Diamond는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썼다. 그는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며, 지리 환경이 분명하게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제를 던진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역사의 광범위한 경향도 지리적 환경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프롤로그, 19개의 테마, 에필로그, 그리고 추가 논문과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테마는, 문명이 싹트기 직전의 세계 상황, 환경 차이가 다양화를 빚어낸 모델 폴리네시아,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 식량 생산의 기원, 인류 역사가 갈라놓은 유산자와 무산자, 식량 생산민과 수렵 채집민의 경쟁력 차이, 야생 먹거리의 작물화, 작물화하는 데 적합한 식물의 식별과 성패의 원인, 선택된 가축화와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 대륙의 축으로 돈 역사의 수레바퀴, 가축의 치명적 대가로 세균이 준 사악한 선물, 식량 생산 창시와 문자 고안과의 밀접한 연관,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 평등주의부터 도둑 정치까지, 대륙 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들이 낙후된 원인, 동아시아의 운명과 중국 문화의 확산, 동아시아와 태평양 민족의 충돌, 남북 아메리카가 유라시아보다 낙후됐던 원인, 아프리카는 왜 흑인의 천지가 됐는가, 과학으로서의 일류사의 미래,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등이다.

이처럼 많은 테마에서 알 수 있듯이 [총, 균, 쇠]는 본문이 700여 쪽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다. 하지만 요즈음 COVID-19로 받는 스트레스를 "지(知)의 향연(饗筵)"으로 한방에 날려 버리기엔 안성맞춤 격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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