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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Jul 24. 2020

나무와 인간

안목의 정욕을 채우기 위해 인간이 나무를 부자연스럽게 비튼 건 아닐까?

어느 빌딩 앞에서 멋진 정원수  그루를 보았다. 미치 화분 분재를 크게 만든 것처럼 보였다. 부자연스러움 속에 조화로운 인공적 아름다움이다. 커다란 나무를 어떻게 이토록 멋지게 만들어 놓을  있을까? 사진을   찍었다.


집에 돌아와서 나무 사진을 다시 보았다. 자세히 려고 스마트폰 속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늘여서 확대했다. 나무 주변에 크고 작은 버팀목 같은 자재가 설치되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무의 모습이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느낌대로 부자연스러움 속에 인공 미를 가미한 자연스러움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같다. 이런 나무가 있어야  장소에서 원래 모습대로 자랐다면 렇게 멋들어짐은 없었겠지만 나무가 기울거나 비틀어지진 않았을 텐데!


인간과 나무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았다. 나무가 나를 내가 있던 곳이 아닌 곳에 고정시켜 놓고, 짧은 팔과 다리는 쭉 잡아당겨 늘여 놓고, 불룩 나온 배는 허리띠로 꽉 졸라 매 놓고, 한쪽 다리를 들고 비스듬히 세워서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하도록 버팀목으로 나를 묶어 놓는다면 어떨까? 짧은 팔과 다리가 늘어나서 신체 비율이 좋아지고, 허리도 잘록해져서 더 멋져 보이고, 유니크한 자세로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겠지만 나 자신은 무척 괴로울 것이다.


나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도심지의 빌딩 앞에 있는 아주 작은 공간에 멋들어진 모습으로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런 모습이 될 때까지 이리저리 비틀리고 묶여서 고정되어 무척 힘들었을 텐데!


이 곳을 지나치던 그 순간, 눈길을 끄는 멋진 나무들을 보고 사진을 촬영했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훼손되어 가는 자연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COVID-19 팬데믹 발생 원인도 인간의 자연 훼손과 생태계 파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는데, 순간적인 안목의 정욕을 쫓았던 것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또 다른 안목의 정욕과 육신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쫓아가며 살고 있다. 아! 덧없는 인생이여!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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