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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03. 2020

정치와 시민

시민이란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사고하고 공동체의 일에 개입하는 사람이다

정치는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그 구성원끼리 서로 소통하는 행위다.


정치는 지배를 위한 권위적 수단이나 장치가 아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것에 대해 사고하고 토론하고 서로 간에 의사를 소통하는 행위 그 자체가 정치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이 정치적 동물인 것은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충돌과 대립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사고하고 공동체의 일에 개입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어원을 따져보면, 정치(政治)란 단어는 고대 중국의 유교 경전 『상서』(尙書)의 "道洽政治"라는 문장에 처음 등장한다.

政治에서 政은 바르다는 뜻의 正과 일을 하다 또는 회초리로 치다의 의미인 攴이 합쳐서 이루어졌다. 즉, 바르게 하기 위해 일을 하거나 회초리로 치는 것을 뜻한다. 政은 특히 자신의 부조화로운 면을 다스려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治는 물(水)과 건축물(台)이 합해져서 이루어졌다. 이것은 물(水)의 넘침에 의한 피해를 잘 수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治는 특히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부조화로운 면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政治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부조화로운 것, 부정적인 것을 바로잡아 극복하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는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는 의미가 들어있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학문적 의미를 살펴볼 때, 政治(politics)에 대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학문적 정의는 David Easton이 내린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이다. 정치를 국가 활동에 초점을 맞춰 정의하는 경향도 있는 데, 막스 베버는 정치를 "국가의 운영 또는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고 했다.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정치를 국가의 영역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내재된 권력관계로 정의하는 경향도 생겼다.


이처럼 정치는 "배분", "국가 혹은 정부의 활동", "권력관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되고 있으며 어느 한 측면도 소홀히 여겨질 수는 없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정치의 정의는 Harold Lasswell이 말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Who gets what, when and how)"라는 것일 것이다,




정치의 본질적 현상은 통치(通治)다. 정치의 본질은 '소수의 지배와 다수의 복종'에 기초한 통치 현상이기 때문이다. 권위적 뉘앙스를 풍기는 '통치'를 순수한 우리말로 표현하면 '다스림'이다. 다스림은 지도자 내면의 덕성과 지혜, 외부적인 상황의 복합성에 대한 판단능력, 그리고 결과를 엄밀하게 고려해서 행해지는 정치 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시민, citizen)의 동의와 위임에 의해, 일정한 임기를 부여받은 자들이 '비인격적이고 입헌적인 다스림(impersonal constitutional governing)'을 하는 것이다. 입헌적 민주주의는 민주적 동의와 주권의 위임을 통해 실현된다는 측면에서 '대의제'가 다스림의 중심에 있는 제도다.


민주주의는 다른 어떤 것도 이를 대체하거나 제압하지 못하는 국가라는 '정치체(body politic)' 안에서 법률에 의한 절제적 다스림의 방식으로 작동해야만이 안정성, 지속성, 그리고 발전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결정권의 경쟁과 다스림의 전개는 자유민주주의적 정치과정, 공공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 결사의 자유에 근거한 복수정당의 경쟁, 그리고 민주선거를 통한 대의 제도를 거치는 것이다.




시민이란 무엇인가?


시민(市民, citizen)은 도시 지역 및 국가 구성원으로서 정치적인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를 말하거나 민주주의 사회의 백성을 뜻하는 용어이다.


이 시민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시민권(市民權, citizenship)이라고 한다. 시민권은 공직에 대한 선거권, 피선거권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지위, 자격,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권리 등의 총칭으로, 시민적 자유권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국가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함은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시민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에서 도시국가의 주권(참정권)을 가진 계급을 지칭한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시민이란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봉건주의 정치 경제 체제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과도적으로 등장한 절대군주제와 함께 등장한 사회계급을 일컫기 위함이었다.


Philip Foltz의 19C 그림, 아테네 정치인 Pericles가 의회 앞에서 유명한 장례식 연설을하는 모습.@en.wikipedia.org


아테네 민주주의에서 처음 나타난 시민의 세 가지 개념은 공간적 시민, 경제적 시민, 정치적 시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현대의 시민 개념으로도 이어진다. 공간적인 개념은 시민의 형성 및 활동 공간으로서 도시의 거주민이다. 경제적 시민은 도시국가라는 공동체 내에서 재산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다. 그리고 정치적 시민은 공동체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 존재라는 개념이다.




봉건 귀족이 점차 쇠퇴해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시민들은 농업과 상업의 연이은 발전에 의해 부를 축적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력의 면에서는 여전히 소외되어 있었다. 산업 혁명과 같은 대공업의 급속한 발전에 의해 점차 도시를 중심으로 그 규모도 괄목할 만하게 성장함에 따라, 그 부에 상당하는 정치 참여를 요구하면서 시민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이들을 유산 계급, 부르주아지(Bourgeoisie)라고 부른다. 이들은 구체제(Ancient Regime)의 지배계급에 대항하여 혁명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며, 이념적으로는 '자유주의'로 무장하였었다. 이들은 자본주의 성장과 함께 필연적으로 구체제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시민 계급은 자본주의의 성장으로 나타난 유산자 계급이라서 자본가로도 불렸다. 그들의 재산이 전통적인 봉토나 세습적인 신분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산업활동에 의한 축적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또한 자신이 축적한 재산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민 혁명은 바로 이들 시민 계급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대표적으로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의 프랑스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시민 혁명은 시민들의 등장과 함께 동시에 나타난 이른바 무산자 계급과도 함께 진행된 것이었다.




오늘날 시민은 역사적 배경과는 다르게 국민 국가의 구성원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 국민과 동의어로도 쓰인다. 최근에는 지구화 추세와 충돌하며 국가 시민으로서의 개념이 세계 시민으로 진화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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