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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ug 04. 2020

매미 생애보다 훨씬 더 서글픈 내 집 마련 인생

매미 애벌레는 17년 후에 성충이 되지만 내 집 마련은 60년이 걸린다

지구 상에 매미 종류가 3천여 종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북쪽과 아시아 온대 지역에 많이 분포해서 산다. 종에 따라 5년, 7년, 13년, 17년을 땅 속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성충이 된다. 우리나라에 많은 참매미와 유자 매미는 5년 주기로 지상에 나오는 종이다. 여름에 땅속에서 지상으로 나온 매미는 달콤한 사랑을 한 달 정도 나눈 뒤에 생을 마감한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은 암컷이 가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그 속에 알을 낳으면 몇 주일 후 알이 부화해서 애벌레가 된다. 애벌레는 땅 속으로 40cm 정도 들어가서 구멍을 파고 자리를 잡는다. 그곳에서 나무뿌리의 액을 빨아먹으면서 오랜 세월을 애벌레로 산다. 한 달간 달콤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매미는 5년에서 17년간 땅 속에서 애벌레로 살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매미의 애벌레는 최대 17년을 기다리면 성충이 되는 것이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219245.html​)


반면, 우리의 내 집 마련 생애 주기는 어떠한가? 수도권 변두리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2천만 원을 상회한다. 84평방미터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약 7억 원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외벌이 부부의 경우, 결혼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내고 30년 정도 알뜰하게 저축하면 3~4억 원 정도의 자산을 모을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내 집 마련하려면 현재 자산 3~4억 원에 3~4억 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 10~30년 상환으로 대출받은 중도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즉, 30년 열심히 일해서 3~4억 벌고, 은퇴 후 10~30년 더 일해서 능력이 될 때까지 3~4억 중도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70~90세가 될 때까지 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아파트를 팔고 자산 규모에 알맞은 지방으로 내려가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에서 터전을 잡고 일평생 살아온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어쩌면 수도권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애쓰는 평범한 인생은 매미보다 훨씬 더 서글픈 인생이다. 수도권에 삶의 터전을 둔 평범한 인생이 슬프지 않게 만들어 주는 주거 정책이 나오길 기대하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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