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nny Oct 15. 2020

때론 경험이 상식을 뒤엎는다

일 년간 사용한 외제차량을 수입 가격보다 비싸게 팔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식에 벗어나지 않게 말하고 행동해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상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새로운 경험이 기존의 상식을 뒤집어엎을 때도 있다.


이십 년 전 유엔 파견 근무로 파키스탄 행정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 살 때의 일화다. 가족이 사용하기 위해서 면세 가격 4천 달러를 지불하고 도요타 코롤라 중고차를 수입했다. 일 년간의 해외 파견 기간이 끝나가면서 사용했던 생필품의 일부는 후임자를 위해 남겨 두고 승용차를 비롯한 고가 품목을 중고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자동차 매매 준비를 하던 중 상식을 뒤엎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현지인 친구가 알려 준 정보에 의하면 수입해서 일 년 동안 사용한 승용차를 최소한 6~7천 달러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수입차는 5년간 관세 비율이 차감되면서 오히려 매매가는 점점 더 상승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에 반하는 얘기라서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실제 자동차 매매 시장에 나온 동종 차량의 가격을 보면 그 친구의 말이 맞았다.


후임자는 학교 5년 선배였다. 이메일로 인수인계할 내용을 보내면서 선배니까 특별히 생각해서 수입 원가인 4천 달러만 받고 도요타 코롤라를 넘기겠다고 했다. 그 선배의 회신 이메일에는 승용차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것은 인수하겠다고 적혀 있었다-선배에게 나중에 들었지만, 4천 불 주고 사서 1년 동안 탄 차를 선심 쓰듯 4천 불에 넘기겠다는 내 태도를 무척 괘씸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난 현지인 친구의 회사 사장에게 현찰로 미화 4천 달러를 받고 그 차를 넘겼고, 선배는 반년 가까이 자가용 없이 지내면서 내 호의를 거절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들었다. 이처럼 경험해보지 않고는 기존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세상의 일이 있다.


다른 한 가지도 자동차와 관련된 이야기다. 당시 파키스탄 중고차 시장에서는 수동 변속 승용차가 자동 변속 차량보다 가격이 더 비쌌다. 그 이유는 현지인들이 오토보다 스틱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변속기의 부품 교체가 필요한 정비 소요가 발생할 경우, 수동은 부품을 구하기 쉽고 정비도 용이하지만 자동 변속기는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고 상대적으로 정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호도가 훨씬 높은 수동 변속 승용차가 자동보다 비싼 가격으로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내가 탔던 도요타 코롤라도 수동 변속 차량이었다. 어느 현지인은 자신의 신형 현대 소나타 2천 cc 오토차량과 나의 1.5천 cc 중고 도요타 코롤라를 바꾸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내 차를 운전했던 세자드가 말리지 않았다면 바꿔서 신형 소나타를 탔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마도 귀국 시 4천 불을 회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이 다이아몬드를 예쁜 돌멩이로 알고 헐값에 넘겼다는 일화도 있듯이, 경험하지 않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문화와 상식이 있다. 이런 경험은 기존의 상식을 뒤집어엎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는 등산을 싫어하지 않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