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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Oct 22. 2020

월요일엔 여행을 떠나요

세 친구 내외의 당일치기 춘천 여행기

지난 월요일에 휴가를 내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세 친구가 해외여행을 위한 계모임을 하는데, 코로나 감염병이 길을 막았다. 올해는 해외 대신 제주 여행을 계획 중이다. 그 사전 모임으로 일정도 의논할 겸 당일치기로 춘천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김유정역에서 만나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맛집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남이섬을 한번 둘러보고 저녁식사 겸 제주 여행 계획을 짜기로 했다. 그 날이 월요일이었다.


서울에서 8시 45분에 출발했는데 올림픽대로를 벗어나자마자 쌩쌩 달릴 수 있었다. 역시 여행은 월요일에 떠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월요병도 예방하고, 고속도로도 덜 혼잡하고.


김유정역에 도착했다. 한옥 양식으로 지은 역사와 주변의 정취가 잘 어우러졌다.


김유정역 주변에서 기차역에 아주 잘 어울리는 글귀를 발견했다. 기차 손님을 기다리면서 관광객도 기다린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그님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애절한 마음까지도.


오늘도 기다립니다.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레일바이크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알록달록한 단풍과 어우러진 레일 파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유정 때문인지 책을 소재로 한 데코레이션이 눈에 띄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레일 바이크를 탔다. 아내도 흥에 겨워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바이크가 달린다.



가을 들판을 따라 레일 바이크가 달린다. 넓은 들판에 누렇게 잘 익은 곡식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어떤 곳은 이미 추수를 마쳤다. 다시 강변을 따라 레일 바이크가 달린다. 선선한 갈바람이 상쾌하다. 곧이어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몇 개의 터널 속엔 관광객을 위해 온갖 시청각 장치를 해 놓았다.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번쩍번쩍 사이키 조명, 은하수를 떠오르게 하는 은은한 별빛, 데이트하는 커플을 위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핑크빛 조명, 자연적인 어둠 속을 달리게 인공적 노력을 더하지 않은 터널,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각종 음향... 아내도 덩달아 신이 나는지 몸을 흔들고 소리를 지른다.


내리막길에선 페달을 밟지 않아도 레일 바이크가 쏜살같이 달린다. 살짝 브레이크를 잡아당겨야 했다. 주변의 풍경 사진을 찍으면서 페달을 세게 밟지 않아도 바이크가 잘 달린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가 페달을 밟느라 힘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바이크가 잘 나갔던 건 내리막길이거나 기름칠이 잘 된 바이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아내의 끊임없는 페달질 때문이었다.


I’m so sorry! Honey!



점심식사는 주변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평양 온반, 평양 온면, 어복탕, 모둠전을 하는 이북식 식당이었다. 출출하던 차에 온반과 온면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메인 요리라는 어복쟁반은 맛을 느낄 수 없었다. 평양냉면 외에는 접해 본 적이 없었던 평양식 요리가 나름 괜찮았다. 처음에 속을 따끈하게 데워 준 평양 온반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뭐든지 배고플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오후 일정에 따라 남이섬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남이섬에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짚라인을 타거나 배를 타고 가는 것이다. 계획을 짠 친구는 모두 짚라인을 타고 들어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짚라인이나 번지 점프를 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군대에서 오랜 세월 동안 유격훈련과 공수훈련을 하면서 기진맥진할 정도로 반복했던 것을 다시 해야 하다니! 그것도 거금을 내고. 차라리 내게 돈을 주면서 하라고 하면 했지, 일부러 몇만 원씩 내고 그것을 하긴 싫었다. 내가 안 타겠다고 버티자 아내도 덩달아서 짚라인을 타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결국 우리 부부는 배를 타고 먼저 들어가서 짚라인 타고 들어 오는 두 친구 부부의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다.



배를 타고 남이섬으로 들어간다. 짚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다른 팀들이 보였다. 쒜엑  소리와 함께 휑하고 지나갔다. 그냥 탈 걸 그랬나?



남이섬에 도착했다. 남이섬은 개인 소유지로써 친일 행적으로 치부한 사람의 후손 명의로 되어 있다고 한다. 친일파의 유산으로 남이섬을 만들었다는 주장과 그와 관련 없는 개인 재산으로 공원을 조성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이 대립하면서 소송을 했고, 서울지방법원에서 친일 행적으로 축적한 유산과는 남이섬이 관련 없다는 판결을 했다고 한다.


섬 밖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출발하려면 한 시간 가량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커피 두 잔을 사서 아내와 함께 마시면서 2인용 자전거로 섬을 한 바퀴 돌려고 하는데 짚라인을 타기로 했던 한 친구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곧 탈 것 같다고 했다. 아직 마시지 않은 커피 두 잔을 세워서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아내와 함께 포토존을 향해 달렸다. 컵이 넘어지면서 커피가 쏟아졌다. 다시 세우고 달리려 하면 컵이 넘어지고 커피가 흘러나왔다. 두어 번 반복하다가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달렸다. 포토존에 도착해서 남은 커피를 한 모금이라도 마시려고 했으나 한 방울도 남아있질 않았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아마 곧 짚라인을 타려는 모양이다. 포토존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두 명이 오고 있었다. 사진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데 손을 흔들었다. 우리 팀이었다. 찰칵! 찰칵! 사진을 찍었다. 잠시 후 다시 두 명이 오고 있었다. 찰칵! 찰칵! 다시 사진을 찍었다. 육안으로 보기엔 가까운 듯했지만 사진을 보니 누군지 알듯 말 듯할 정도로 사람이 조그맣게 찍혔다.


Mission completed!


남이섬은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 장소였다. 여기저기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첫 키스를 했다는 장소에는 모형 눈사람이 두 개 있었다. 호떡 모양이 이상하게 생겨서 물어보니 눈사람 호떡이라고 한다. 8자 모양의 호떡이었다. 심지어 호떡까지!



우리 팀은 유유자적 남이섬의 산책로를 따라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오랜만의 야외 나들이에 시원한 갈바람이 부는 맑은 날씨까지 여행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남이섬은 넓은 공간에 각종 수목림이 조성되어 있고 제법 많은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공원 내부에 숙박시설과 식당과 카페와 찻집과 매점이 있어서 연인이나 친구 또는 가족끼리 1박 2일 코스로도 제격이다. 인생 샷을 찍을만한 포토존도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마스크를 벗을 수만 있다면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를 흡입하기에 적합한 삼림이 있다. 휴식과 재충전하기에 만족스러운 공간이다.



남이섬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여행지로서의 단일 콘셉트는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함이겠지만, 여러 가지 문화가 혼재된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차라리 몇 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서 구분하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른 느낌이겠지만 난 그랬다.


전시회를 하는 공간도 있다.
몇개의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 맞은 화장실이라고
건너편 숙박시설로 전화하면 배타고 데리러 온다는데!
야간 방문객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등이 낮에는...

늦은 점심과 눈사람 호떡 덕분에 저녁식사는 간단한 다과로 대체하면서 제주여행 계획을 짰다. 그리고 지금은 항공편과 리조텔과 렌터카 예약까지 마쳤다. 이젠 코로나 방역 단계가 더 이상 상향되지 않길 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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