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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Nov 11. 2020

트레킹은 한 시간, 런치는 두 시간

오십 대 후반이 트레킹 하는 법

모처럼 직장 동료들과 안산 자락길 트레킹을 계획했다. 11시쯤 도착해서 두 시간 정도 자락길을 걷고 조금 늦은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산행에 참가한 동료들은 대부분 오십 대 후반이었다.



주말마다 산행을 하는 동료가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었다. 그는 자꾸만 정상 쪽으로 향하려고 했고, 나머지는 모두 자락길을 벗어나지 않길 원했다. 다수의 의견대로 처음에 계획했던 자락길을 걸었다.


누군가 말했다. “여기 안산에는 내가 안산 땅이 조금 있다”라고. 썰렁한 아재 개그에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나이 들면 사소한 일에도 울고 웃게 된다더니~. 곧 환갑을 맞는 이들 다운 감성이다.



안산 자락길엔 트레킹 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시계 방향으로 코스를 도는 우리 일행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우연의 연속일 수도 있지만 계속 다른 이들과 마주치면서 삼십여분 정도를 걸었다. 공기도 맑고 경치도 좋았다. 단체 사진도 찍었다.



갑자기 선두에 선 동료가 하산하는 방향으로 향했다.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이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십 분 트레킹하고 결국 하산했다. 늦은 점심이 아니라 정오 즈음에 식사를 하게 되었다. 조금 걷다 보니 독립문이 보였다. 한 동료가 독립문 바로 옆의 아파트를 일억 오천에 살 뻔했던 일을 얘기했다. 물론 90년대 중반의 과거사다. 그는 그때 아파트는 못 샀지만 오늘 점심을 쏘겠다고 했다. 어떤 이유든 공짜 회식은 기분 좋은 일이다.



식당을 찾던 중 재래식 시장이 보였다. 시장통에 들어서니 이 동네 맛집이라는 순대국밥집이 있었다. 맛집답게 모두 함께 앉을만한 자리가 없었다. 조금 전 지나쳤던 속초식 횟집으로 다시 발걸음을 되돌렸다. 소라와 오징어 숙회, 도치알탕, 기장멸치회무침을 시켰다. 막걸리 잔이 몇 순배  돌고, 오랜만의 단체 회식에 모두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시계를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트레킹은 한 시간, 런치는 두 시간. 오십 대 후반인 직장 동료들과의 트레킹 계획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이게 바로 오십 대 후반의 트레킹 방법이다. 그래도 오늘 야외 활동의 성과는 직장 동료들 간의 유대 강화와 코로나 블루 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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