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금융가엔 월척이 있다
오늘은 토요일, 여의도 산책길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정치 1번지인 여의도에 증권 금융 관련 빌딩이 하나둘씩 들어선지도 제법 세월이 흐른 것 같다. 10년 전에 이미 60여 개의 금융기관과 20여 개의 공공기관이 들어섰다고 한다.
여의도 금융가에서 초대형 물고기 조형물을 보았다. 유리 골드 모자이크 작품인 10m 길이의 월척이다. 금융 증권가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라는 의미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다. 이 조형물을 보고 어떤 이는 “월척의 꿈”이라는 글을 썼다고도 한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 왜 그곳에 물고기 조형물이 세워졌는지 무척 궁금했었다.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까? 빌딩 숲, 정치 1번지, 금융 1번지와 대형 물고기 조형물을 연결할 수 없었다. 경제 문외한인 난 아마도 금융 분야에서도 월척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인 듯하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네이버 검색을 했다. “여의도 물고기 조형물”을 검색하니 “월 척의 꿈”이란 글이 보였다. 그렇다. 누군가는 여기서 월척을 낚는 꿈을 꾸고 있었다. 미끼가 잘 던져진 투자 증권으로 월척을 낚는 꿈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꾼다.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는 월척을 낚을 것이다.
물고기 조형물을 자세히 보면 알록달록한 유리 골드 모자이크로 제작되어 있다. 저토록 많은 조각을 이어 붙인 모자이크 작품을 만드는 데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월척을 낚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은 아닐까?
어떤 이들은 투기 과열 지역에 아파트 분양을 받아서 재테크에 성공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주식 투자를 해서 재산을 증식했다고 한다. 하지만 월급쟁이 급여로는 평생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해도 대출을 받지 않으면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 한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때론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성공한 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금융가에 설치된 대형 물고기 조형물을 보고도 “월척의 꿈”을 상상하지 못한 내겐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따랐던 베드로와 안드레가 사뭇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