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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Nov 05. 2020

중국의 도광양회(韜光養晦)는 끝났는가?

숨긴 발톱을 드러내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을 바라보는 시각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20년 10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항미원조(抗美援助) 출국 작전 70주년 기념대회’에서 항미원조 전쟁은 미국의 침략에 맞서 중국을 지켜낸 위대한 승리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고, 주권과 안보·발전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이 확장되는 것을 막고, 신중국의 안전을 지켰으며, 중국 인민의 평화로운 생활을 보위했다”며 격화하는 미국과의 갈등 속에 대미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중국 관영 언론은 시진핑의 발언이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사회과학원 뤼샹 연구원은 미국은 1950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1950년이나 2020년이나 미국 정책 결정자와 정치 엘리트들은 중국의 경고를 허세로 오해한다. 중국은 라이벌이 경고를 듣지 않으면 소리 없이 첫 타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양국 갈등이 충돌 직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과거에도 시진핑은 미·중 패권 경쟁의 본격화를 드러내거나 더 이상 중국의 발톱을 감추지 않는다는 의미를 띤 언급을 서슴지 않았었다.


2012년 1월 미·중 관계 개선 40주년 기념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당시 중국 부주석 시진핑은 “광활한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두나라가 함께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다”라는 주장을 했다. 즉, 태평양은 더 이상 ‘미국의 호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시진핑의 발언은 21세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었다는 것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2014년 3월 27일 중국-프랑스 수교 5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은 “잠자는 사자가 드디어 깼다”라는 선언을 하였다. 이 선언은 냉전 이후 덩샤오핑이 중국의 외교정책으로 내세운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이 밖에 퍼지지 않도록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그는 “그러나 평화롭고 온화한 문명의 사자”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이어령은 이와 관련해서 고철로 쓰겠다고 수입한 우크라이나 폐선을 개조해서 초음속기 탑재가 가능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를 만든 것이 중국의 대표적인  도광양회 사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은 서서히 힘을 길러왔고 숨겼던 발톱을 드러내면서 지역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능력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은 근대 국제정치 질서 형성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된 세 번째 패권 경쟁이다. 첫 번째는 19세기 말 대영제국의 패권 질서에 제정 러시아와 독일이 도전함으로 발생하였으며, 그 결과 제1차 세계대전을 초래했고 유럽 국가들끼리의 전쟁 와중에 어부지리로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이었으며 구소련을 비롯한 동구 공산권의 패망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세 번째로 21세기에 들어서 G2 국가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은 자칫 1950년의 악몽을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 양국 갈등이 증폭돼서 무력 충돌의 상황까지 치닫게 될 경우, 한반도가 그 격전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국은 한반도가 친미 성향의 국가로 통일되길 원치 않고, 반대로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된 친중 국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해하며 명민(明敏) 외교로 이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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