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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Oct 29. 2020

지정학이란 무엇인가?

강과 바다 또는 내륙과 산악 지역의 차이는 정치 사회 구조를 다변화시킨다

지정학(地政學)이라는 용어는 쉬엘렌(Rudolf Kjellen)이 쓴 ‘유기체로서의 국가(Statten som Lifsform)’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는 “지정학이란 국가를 지리적 유기체로 보고 고찰하는 국가론”이라고 했다. 근대적 의미에서 지정학의 탄생에 이바지한 라첼(Fredrich Ratzel)은 인구 증가로 국가의 생활공간이 충분치 못하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새로운 영토 병합 필요성을 주장했다. 라첼의 사상을 계승한 독일 지정학파는 “지정학은 지구 공간에 존재하는 국가의 힘에 대한 교리로 정치 발전의 지구적 관계에 관한 교리요, 공간과 정치적 조직체의 구조에 관한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지정학에서는 국가를 지리적 유기체라고 생각한다.


마한(Alfred T. Mahan)은 해양력을 중심으로 지정학 발전에 공헌했는데, 그의 가설은 “세계 정치는 바다를 제어하기 위한 계속적인 투쟁”이었다. 마한은 기동성과 교통의 편리성으로 해양세력이 각지의 자원과 지리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대륙세력보다 우세하다며 바다를 중요시했다. 해로의 장악을 통한 세계 무역 장악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미국의 대외정책이 되어왔다는 것이다.


마한의 해양세력 우세론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매킨더(Halford J. Mackinder)는 대륙국가 우세론을 주장했다. 맥킨더는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지역(Heartland)을 지배하고, 심장지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도(World-Island)를 지배하며, 세계도를 지배하는 자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명제를 제시했다. 맥킨더의 심장지역 이론에 반론을 제기한 스파이크맨(Nicholas J. Spykman)은 주변지역(Rimland) 이론을 주장했다. 그는 세계 지배를 위해서는 유라시아 심장이 아니라 전략적 주변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라시아의 주변지역은 심장지역과 연안해역의 사이에 위치하므로 매개지역으로 봐야 한다. 그 지역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광활한 완충지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지정학이란 지구 공간의 성격을 규명하는 학문으로써 국제관계와 정치 현상에 기초한 공간의 지리 정치 전략적 의미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지정학은 국제관계와 정치 현상에 기초한
 공간의 지리 정치 전략적 의미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지정학은 세상이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쓰이는 수단인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상호작용이 각각 강 유역과 산악 지대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가? 이러한 차이는 부, 문화, 군사전략을 어떻게 다변화시키는가? 질문에 대한 답을 연구하는 학문이 지정학이다. 지정학은 이념적, 감성적, 규범적 요소들을 걷어 내고 실재 요소만 다룬다. 즉,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지리적 요소다.


강 유역과 산악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부와 문화와 군사전략을 다변화시킨다.


첫째는 운송의 균형이다. 국가 형성에 성공한 나라들은 자국 영토 내에서 쉽게 인간과 물자를 실어 나른다. 이집트의 나일강, 프랑스의 센 강과 루아르 강이 그 역할을 했고 로마 제국과 잉카 제국은 도로를 건설했다. 이동이 쉬우면 국내 교역과 경제 발전이 활발해진다. 교역이 활발해지면 지역마다 특정 산업에 특화하게 되고 부가 가치가 창출되며, 그 결과 지역소득이 증가하고 창출된 자본은 학교와 시설 건축으로부터 해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천후로 사용된다. 이처럼 끊임없는 상호 연결고리는 사람들이 결속되어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이 공통적 이해관계는 정치적 문화적 통일체 형성의 근간이다. 예외 경우를 제외하면, 인류 역사상 성공적으로 구축된 문화권은 모두 지역 내에서 활발한 경제 교류가 밑바탕이 되었다. 경제교류는 예외 없이 손쉬운 운송수단이 가능케 했다. 하지만 운송 능력의 균형에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경제적 역동성만으론 부족하다. 국가를 방어할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국내 교역이 활성화되려면 평원과 평원이 강으로 이어지는 지리적 이점도 갖춰야 하지만, 인접 국가의 공격에 취약하다면 국내 교역망이 아무리 발달해도 소용없다. 사막이나 산악 지대는 국경 역할을 한다. 바다라면 더 좋다. 이러한 균형, 즉 국내에서는 운송이 쉽지만 국경 너머로는 운송이 만만치 않은 여건이 바로 국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는 비결이다.


두 번째는 원양항해로 알려진 복합적 기술혜택을 누릴 능력이 있는 나라인가 여부다. 휴대하기 쉬운 나침반으로부터 대포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이 포함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원양항해는 운송 균형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일련의 기술은 항해사들이 뭍이 시야를 벗어났을 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해 줄 뿐만 아니라 화물과 선원들이 천재지변과 인재를 극복하고 목적지에 도착하게 만드는 기술적 뒷받침을 해 준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원양항해 기술을 이용해서 국가는 지역 경제를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부를 축적할 기회를 늘리게 된다. 군사적으로 볼 때, 원양에서 활동이 가능한 나라는 자국 연안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을 차단할 수 있다.


셋째, 산업화로 알려진 기술들의 조합이다. 조립 공정, 상호 대체 가능한 부품들, 증기기관 등이다. 원양항해 기술이 운송의 균형을 세계적 규모로 확장했다면, 산업화는 이러한 확장을 몇 배로 증폭시켰다. 산업화는 기계를 이용해 노동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을 풍력이나 수력이 아니라 석탄과 석유 같은 고출력 에너지 형태와 연결시켰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경제적 산출량은 몇 배로 증가했다. 산업화 덕분에 기술적으로 암흑시대에 묶여 있었던 방대한 지역들이 돌연 경제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같은 나라들이 부상하게 된 궁극적인 원인이다.


지정학의 중요 요인인 운송의 균형, 원양 항해, 산업화에서
 최고로 적합한 지리점 이점을 누리는 나라는 미국이다.
 어쩌면 미국은 이런 지리적 이점으로
 우연하게 강대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정학의 3가지 중요 요인인 운송의 균형, 원양 항해, 산업화에서 가장 적합한 지리적 이점을 누리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이 지닌 힘의 근원은 어떤 특정한 계획이나 이념이라기보다는 지리적 위치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우연히 힘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현대 사회를 생성한 여러 가지 기술 중에 그 어떤 것도 미국에서 탄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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