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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2. 2020

150GB가 가져다준 풍요로움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선 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3월 20일쯤이었다. “기본 제공 데이터 80% 소진”이란 문자를 받았다. 며칠 새 데이터가 유난히 빠르게 소진되는 것을 느꼈다. 며느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얘야! 테더링 하면 데이터를 많이 쓰게 되니?" 며느리가 말했다. "아버님! 아마 그럴걸요! 명진 씨 데이터가 많이 남아 있을 거예요. 아버님께 나눠드릴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 아들에게 전화했다. "아들아! 남는 데이터 쫌 보내다오!" 그리고 1GB를 받았다. 그런데 하루 만에 다 쓰고 딸에게 1GB를 더 받았다. 그것도 하루 만에 모두 소진되었다.


지난달과 달라진 건 번역 작업을 위해서 테더링 하는 것뿐인 데, 번역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이렇게 많이 잡아먹나? 아니면 테더링 때문일까? 여하튼 번역을 위한 몇 가지 프로그램 사용과 테더링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4월 초가 되었다. 가족 카톡 방에 띄웠다. "데이터가 많이 남는 사람은 아빠에게 나눠다오!" 아들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아빠! 1GB 보냈어요."


곧이어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애들한테 그러지 말고 요금제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면서, 잠시 후 통신사 안내원의 전화가 걸려올 테니 설명을 듣고 나서 요금제를 변경하라고 했다. 그렇게 요금제를 바꾸면서 데이터 용량이 4GB에서 150GB로 늘었다. 요금제를 내가 바꿀 수도 있었지만, 어쩌면 아내가 그렇게 하도록 내가 유도한 것일 수도 있다. 정년퇴직 후엔 약간 쫌생이가 되었기 때문에. 아내에게 감사를!




오늘은 4월 12일이다. 아내에게 1GB를 선물했는데도 아직 137.5GB가 남아 있다. 4GB 요금제를 사용할 땐 wifi가 될 때만 TED 같은 동영상을 시청하곤 했었다. 지난달엔 Brunch에 글을 쓸 때도 wifi가 되는 곳에서 용량이 큰 사진을 올리곤 했었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테더링으로 iPad와 Gram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번역 작업과 글 쓰기를 위한 각종 자료 검색과 프로그램 사용이 훨씬 수월해졌다. 테드와 유튜브 같은 동영상도 마음껏 볼 수 있게 되었다. 듣고 싶은 노래를 앱에서 찾아 직접 들을 수도 있고, CNN이나 BBC News도 실컷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150GB가 가져다준 풍요로움이다.




4GB에서 150GB로 요금제를 변경하는데 추가되는 비용은 할인을 받아서 월 2만 원이 채 안된다. 2만 원이라 해도 30일로 나누면 하루에 667원이 추가된 것이다. 150GB가 가져다준 풍요로움의 비용이 고작 편의점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비용이다. 어쨌든 필요한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서 적당한 대가를 지불한 셈이다. 150GB가 내게 가져다준 풍족함에 비하면 너무 적은 액수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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