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오늘도 어김없이 잠이 깬다.
습관인지 불면증인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아홉 시 뉴스가 끝나기 전에 눈꺼풀이 감기는 나와 달리
자정이 넘어야 잠이 드는 아내가 깨지 않게 슬그머니 거실로 나온다.
29도,
날씨 앱을 보니 체감온도는 31도다.
가만히 앉아 브런치 글을 읽는데도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루틴으로 새벽에 글을 쓴다는 이도 있길래 글감을 떠올려본다.
새벽에 잠이 깨는 이유에 대해 써볼까?
새벽 5시,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거실 바닥에 누웠다.
잠이 깬 아내가 에어컨을 끄고 나오더니
거실 선풍기를 안방으로 옮겨 틀어달라고 했다.
새벽 5시 25분,
온라인 새벽예배 5분 전이다.
유튜브 알림을 설정하고 샬롬 인사하며 댓글을 달았다.
잠시 누웠다가 알림이 오면 일어나려 했는데 깜빡 잠이 들었다.
매미 소리에 눈을 떠보니 이미 새벽예배가 끝났다.
6시 5분,
패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
어느덧 20분이 흘렀다.
뭘 쓰고 있는 거지? 일기를 쓰는 건가?
글쓰기 기술은 설명, 묘사, 서사, 논증이란 네 가지 의도의 차원을 갖는다고 한다. 설명은 특정한 사실이나 사건을 알기 쉽게 전하는 말이다. 묘사할 경우엔 비유나 예시, 비교나 대조가 적재적소에서 글의 맥락을 탄탄하게 받쳐줘야 좋다. 서사는 사건의 서술이고, 논증은 설득과 주장이다. 글쓰기 의도에 따라 네 가지 차원은 서로 돕고 서로 배제하며 글쓰기 세계를 구축한다. 설명에 묘사와 서사가 이용되기도 하고, 서사의 편의를 위해 설명이나 묘사가 이용되기도 한다. 감동을 주거나 바닥을 치는 묘사가 필요할 땐 정서 감응에 불필요한 설명이나 서사는 가급적 절제되고, 반박을 불허하는 일격필살의 논증이 요구될 땐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설명이나 서사를 적극 활용한다. 설명, 묘사, 서사, 논증은 글쓰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나누어지는 게 좋다. 그 분별 자체가 글쓰기의 힘을 덜어내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삶에 자신 있게 들어서려면 이 네 가지 기술부터 차근차근 익혀야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하고 부크크 책까지 발행하게 된 계기였다. 브런치 글쓰기 전엔 사회과학 논문 작성법만 터득했던지라 브런치 에세이를 쓰면서 글쓰기 관련 저술을 제법 많이 읽었다. 가장 임팩트 있던 내용은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였고, 기술적인 부분을 언급한 글은 위에 적은 내용이었다. 인문학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저자와 독자의 관심도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어떤 글은 수십 번의 퇴고를 거쳐 탈고했지만 독자들의 관심도가 낮고, 어떤 글은 퇴고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썼지만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에세이는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자판을 두드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