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숲과 차, 그리고 쉼
한적한 교외 산길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다. 거리두기 4단계로 몇 주째 집에서 주말을 보내다 손님이 거의 없을 듯한 카페를 찾았다. 실내엔 빈자리가 없지만 야외 테이블은 거의 비어 있다. 적당히 그늘진 곳을 찾아 앉았다. 바람에 나뭇잎과 넝쿨 잎이 가볍게 흔들린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맡기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으니 슬그머니 눈꺼풀이 감긴다. 물과 숲과 차, 그리고 쉼.
가만히 눈을 감고 쉬다 보니, 새벽에 읽은 브런치 글이 생각난다. 한 글자로 된 우리말에 대해 쓴 어느 작가의 글이다. 우리말엔 한 글자로 된 낱말이 제법 많다.
산, 들, 내, 꽃, 볕,
나, 너, 벗, 님,
개, 소, 말, 새,….
야외에 나와서도 휴대폰을 만지냐는 아내의 잔소리를 듣는다. 푸르른 하늘과 숲을 보며 눈의 피로도 풀고 쉬라는 얘기다. 글감이 떠올라서 에세이를 쓰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늘 그러하듯 아내의 말이 옳다. 이제 그만 쓰고 몸도 맘도 쉼을 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