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nny Aug 02. 2021

꿈속에서 길을 잃다

프로이트에게 물어보면 알려줄까?

가끔 군대 시절의 꿈을 꾼다.

어젯밤 꿈엔 군대에서 산악행군을 했다.

동료와 함께 행군 대열의 뒤쪽에 있었다.

갑자기 동료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며 말했다.

"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후에 따라갈 테니 먼저 가라!"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앞서 가던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행군 대열의 꼬리를 따라잡으려고 뛰었다.

내리막 길에서 미끄러졌다 뛰다가 다시 미끄러지고 뛰기를 반복했다.

어느덧 앞서가던 대열이 보였다.

그런데 다른 부대 소속인 것 같았다.

우린 방독면이 없는데, 앞서 뛰는 이의 허리춤엔 방독면 주머니가 흔들렸다.

이 정도로 빨리 뛰었으면 후미를 따라잡았어야 하는데, 다른 부대가 있는 걸 보면 길을 잘못 접어든 것 같았다.

다시 뒤돌아서 갈래길이 있던 곳까지 뛰었다.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냅다 달렸다.

아무리 뛰어도 우리 부대는 보이지 않고, 외딴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니 지도 같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주변 풍경을 자세히 그린 그림이었다.

그림 속 지형지물을 아무리 살펴봐도 여기가 어딘지,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느 방향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출발 전에 들었던 산악행군 목적지가 뇌리를 스쳤다. 상정이란 곳이었다.

마을 사람 중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이에게 여기 지명이 뭐냐고 물었더니 하정이란다.

왠지 하정, 중정, 상정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상정이 어딘지 아냐고 다시 물었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 쪽으로 가시오. 거기가 상정이요!"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다시 뛰기 시작했다.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엔 좁고 긴 계단이 있었다.

계단에 올라서서 좌우를 살펴보니 낭떠러지였다.

올라갈 때마다 계단이 흔들렸다.

조심조심 끝까지 올라갔는데 더 갈 수 없었다.

병약해 보이는 젊은이가 그 끝에 앉아 있었다.

그가 내 손을 잡아 주면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에게 손을 내밀자 내 손을 덥석 잡아당겼다.

계단을 넘어서 땅을 딛고 올라섰다.

그에게 상정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니 바로 위의 산꼭대기였다.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드디어 상정이란 산의 정상에 다다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친구에게 꿈 얘기를 했더니 아직도 군대 꿈을 꾸냐며 웃었다.

하지만 난 가끔 군대 꿈을 꾼다.

대다수는 어젯밤 꿈처럼 실제 경험과 상관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 길을 잃는 꿈을 꾸는지 궁금하다.

프로이트에게 물어보면 알려주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