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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Sep 07. 2021

좋으면 아빠나 가라! 하와이!

자녀교육은 부모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좋으면 아빠나 가라! 하와이!

딸이 대학생일 때 했던 말이다.


군 생활을 하던 시절, 하와이 연락장교 근무를 희망하며 1년간 준비했던 적이 있다.

선발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토익시험 준비도 제법 열심히 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딸아이가 외국에 나가기 싫단다.


하와이 근무를 하려던 가장 큰 목적은 딸에게 영어 연수 기회를 만들어 주려던 것이었다.

아들은 군 복무 중이었기에 아내와 딸과 함께 하와이에 3년 정도 거주하면서 딸의 견문을 넓혀주고 싶었다.

여러 가지 좋은 이유를 들어가며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딸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엄마랑 아빠만 하와이에 가면 되잖아!

아내의 의견을 물으니, 딸이 안 가면 자기도 안 간다고 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부모님의 미국 이민을 결정하기 전에 나와 형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신다면서.


마침 하와이에 근무 중이던 선배가 휴가를 받아 귀국했다.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다. 하와이 근무를 준비 중인 데, 딸이 싫다고 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선배가 하와이에 있는 타군 후배의 예를 들었다. 그 친구의 딸도 외국이 싫다고 해서 딸만 한국에 두고 세 식구가 하와이로 왔다고 한다.

그 친구의 딸은 어려서 미국에 1년간 살았는데, 영어 공부하느라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했다.


딸아이가 하와이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두 가지였다. 영어를 못해서 말이 안 통한다. 친구가 없다.

잠깐 여행으로 다녀오는 건 좋지만 2~3년씩 하와이에 사는 건 싫다는 것이다.

영어는 배우면 되고, 친구는 만들면 된다고 설득했지만 막무가내로 싫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우리 딸도 초등학교 입학 전 외국에 1년간 살 때, 킨더가튼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어려서 영어를 배우게 하려고 전통 있는 영국계 국제학교에 보냈던 것이 딸에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다.


결국 하와이 근무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며칠 후, 하와이 근무자 선발 심의 위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원자 명단에 Kenny가 누락된 것 같다고 심사위원장님이 확인해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하와이를 꿈꾸며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봤던 분이 심사위원장이었다.

그분이 지원자 명단에 Kenny가 누락된 것 같으니 본인에게 재확인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누락된 것이 아니라 가족이 반대해서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심사위원장에게 보고하라고 했다.

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지원했더라면 하와이 연락장교로 선발될 뻔했다.


딸아이는 그때 영어 해외연수는 안 했지만, 친구들과 해외여행도 다녀왔고, 교회에서 해외선교도 다녀왔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의 직장 어린이집 교사 3년 차 근무하고 있다.

본인이 희망하던 전공을 택했고, 본인이 희망하던 직장에 다닌다.

자녀교육은 부모 마음대로 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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