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by Kenny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전화벨 소리 때문에 하던 일이 방해받지 않도록 항상 진동 모드로 설정한다.)


Kenny: 여보세요.

상대방: 이 실장입니다. 오시는 중인가요? 어디쯤이세요?

Kenny: 네? 모임이 목요일이 아니었나요? 오늘은 화요일이잖아요?

상대방: 아니요! 오늘이 목요일이에요.

(모인 사람들에게) 오늘이 화요일인 줄 알았다는데요?

(모임을 주관한 사람이) 그러면 할 수 없지요.

Kenny: 시간이 벌써 제법 지났네요. 모인 분들의 결정대로 따를게요.

상대방: 그렇게 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Kenny: 네. 그렇게 할게요. 결정된 사항을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상대방: 네. 잘 알겠습니다. 회의 결과를 별도로 알려드릴게요.

Kenny: 이 실장님!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제가 9월 중순부터 000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상대방: 축하드립니다.

(모인 사람들에게) 이달 중순부터 000 연구소에게 근무하게 되었다는군요.


이렇게 전화통화가 끝났다.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목요일 10시 30분 모임이 있다고 써놨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내와 며느리와 함께 5개월 된 손녀를 데리고 외출 준비를 하다가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어쩌면 수요일부터 갑자기 생긴 2주간의 휴가를 즐기느라 날짜 감각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아니면 프로젝트를 99% 마무리한 시점에 발주처인 000 연구소로 가게 돼서 팀에서 마음이 떠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미한 건망증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휴가나 이직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내게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

노사연의 노랫말처럼 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있다.


건망증에 대한 글을 쓰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역시 글쓰기는 쉽지 않다.

특히 나른한 주말 오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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