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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Sep 04. 2021

건망증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전화벨 소리 때문에 하던 일이 방해받지 않도록 항상 진동 모드로 설정한다.)


Kenny: 여보세요.

상대방: 이 실장입니다. 오시는 중인가요? 어디쯤이세요?

Kenny: 네? 모임이 목요일이 아니었나요? 오늘은 화요일이잖아요?

상대방: 아니요! 오늘이 목요일이에요.

             (모인 사람들에게) 오늘이 화요일인 줄 알았다는데요?

             (모임을 주관한 사람이) 그러면 할 수 없지요.

Kenny: 시간이 벌써 제법 지났네요. 모인 분들의 결정대로 따를게요.

상대방: 그렇게 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Kenny: 네. 그렇게 할게요. 결정된 사항을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상대방: 네. 잘 알겠습니다. 회의 결과를 별도로 알려드릴게요.

Kenny: 이 실장님!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제가 9월 중순부터 000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상대방: 축하드립니다.

             (모인 사람들에게) 이달 중순부터 000 연구소에게 근무하게 되었다는군요.


이렇게 전화통화가 끝났다.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목요일 10시 30분 모임이 있다고 써놨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내와 며느리와 함께 5개월 된 손녀를 데리고 외출 준비를 하다가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어쩌면 수요일부터 갑자기 생긴 2주간의 휴가를 즐기느라 날짜 감각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아니면 프로젝트를 99% 마무리한 시점에 발주처인 000 연구소로 가게 돼서 팀에서 마음이 떠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미한 건망증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휴가나 이직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내게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

노사연의 노랫말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있다.


건망증에 대한 글을 쓰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역시 글쓰기는 쉽지 않다.

특히 나른한 주말 오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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