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접종 후 돌파감염, 주변인은 모두 음성
어젯밤, 지난 주일 교회에서 만났던 분이 화요일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은 3차 백신 접종을 마쳤고, 그 가족들과 직장 동료들은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연유로 인해 확진 판정 후 바로 교회로 연락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목요일 보건소에서 역학검사를 하면서 교회 사무장에게 연락이 왔고, 모든 교인에게 상황을 전파해서 동선이 겹치거나 접촉한 교인은 PCR 검사를 받으라는 권고를 받았다.
오늘 아침 8시경 집을 나서 인근 병원의 선별 진료소에 도착했다. 검사 시작 30분 전임에도 이미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대부분 롱 패딩이나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있었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차례를 기다렸다. 실외에서 대기하기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검사할 때까지 체온 측정이나 QR코드 확인도 없었고 줄을 선 이들 모두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없었다.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코로나에 감염될 것 같다고 얘기했던 딸아이의 말이 생각났다. 여하튼 그런 상황 속에서 한 시간가량을 기다렸다가 의료진의 면담을 거쳐 병원에 수납을 하고 검사를 받았다.
비닐장갑을 낀 다음 면봉 두 개, 시약인 듯한 작은 병, 소독용 솜을 받아서 옆쪽의 검사실로 가니 유리벽 안쪽에 젊은 의료진이 앉아 있었다. 딸아이 또래로 보였다. 의료진에게 검사용품을 전달하자 "마스크를 벗고 입을 벌리세요" 하더니 기다린 면봉으로 목구멍을 찔렀다. 컥컥, 재채기가 나왔다. 잠시 후 "더 가까이 오세요" 하더니 다른 면봉으로 콧구멍을 찔렀다. 콧물이 주르르 흘렀다. 무의식적으로 소독용솜으로 콧물을 닦았다. 그랬더니 의료진이 "그걸로 코를 닦으시면 안 돼요." 그럼, 이걸로 뭘 하는 건가요? 물었다. "소독용 솜으로 비닐장갑을 닦아서 버리세요."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소독용 솜으로 비닐장갑을 깨끗이 닦아서 휴지통에 버리고 나왔다.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병원에선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의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그들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순한 양이 된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딸아이 또래의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검사를 잘 마쳤다. 밖으로 나와보니 100여 명쯤 될 듯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10시경 집에 도착했다. 추운 곳에 있었던 탓인지, 병원에 다녀왔다는 생각 때문인지 몹시 피곤했다. 잠시 눈을 붙이려고 누웠다 깨어보니 오후 1시가 넘었다. 3시간가량 낮잠을 잔 것이다. 퇴직했다가 다시 공직자가 된 이후 3달여간 정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휴가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 상황이 하루의 휴가를 내주었다. 원기 회복하라고 아내가 구워 준 삼겹살로 점심식사를 한 후 거실에 앉아서 오랜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면서 PCR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2021.12.17 시행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PCR 검사 결과 [음성] 임을 알려드립니다. COVID-19 test conducted on 12/17/21 was confirmed as [Negative]." 오후 2시 44분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음성]이었다. 교회에서 검사를 받은 모든 분들도 검사 결과 음성이라고 한다. 교회에서 시행한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진가를 발휘한 듯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주일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들이 PCR 검사를 받도록 원인을 제공한 코로나19 감염자는 3차 백신 접종까지 마쳤다고 한다. 속칭 돌파 감염자였다. 그런데 그의 가족과 다니러 오셨다는 장모, 회사 동료들, 그리고 오늘 검사를 받은 교인들까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3차 예방접종을 받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이 되기도 하고, 돌파 감염자와 접촉했지만 음성이 나오기도 하고, 문자 그대로 이젠 [위드 코로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