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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May 05. 2022

사진예술의 정수를 경험하다

Andreas Gursky

우연히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 들렀다.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을 관람할 요량이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박물관이 있다기에 어머니께서 사용하셨던 아모레 화장품이 떠올라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리라 기대했던 그 옛날의 아모레 화장품은 하나도 없고 추상화만 잔뜩 걸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림이 아니라 사진작품이었다. 현대 사진의 거장이라 불리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작품 전시회다. 박물관인 줄 알고 들어섰던 미술관에서 언뜻 보면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진인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박물관으로 알고  미술관에서 
그림으로 착각한 예술사진을 보았다.


화장품 박물관 입장료가 1 7 원이기에 수상쩍기도 했었다.  그리 대단한 화장품을 전시했기에 입장료가 이토록 비쌀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적한 수요일 오후에 동료들과 모처럼 들어섰다가 다시 나오기도 민망했던 터에 작고하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티켓을 구매했던 것이다. 전시된 작품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보면서 입장권이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때는 추상화인  알았던 작품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대로 사진예술의 정수였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경외감을 느꼈다. 사진으로 이런 표현을   있구나! 글을 쓰는 지금, 하루가 지났지만 미술관에서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마스터피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 휴대폰으로 촬영한 거스키의 작품 세계로 다시 들어가 본다.


하루가 지났지만, 마스터피스를 직접 여운이 남아있다.



[벨리츠 (2007)]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기 전까진 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검은색 선을 연속해서 그리다가 중간중간에 선의 변화가 있는 그림으로 보였다.


[파리 몽파르나스(19930] 칸딘스키의 그림처럼 수많은 사각형 속을 다양한 색감으로 칠한 그림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빌딩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아마존(2016)] 물류창고의 사진이다. 멀찍이 감상할 땐 주제가 뭔지 알 수 없는 그림처럼 보였다.


 

꽃 그림인 줄 알았다. 작가가 평양에서 촬영한 대규모 공연 사진이다.


[시카고 선물거래소(2009)] 이 작품 역시 뭔지 주제를 알 수 없는 그림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선물거래소의 사진이다.


[바레인 (2005)] 추상화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사막의 도로 사진이다.


 외에도 아래와 같은 여러 작품이 있었다. 작품 규모가 너무 커서 휴대폰으로 일부를 촬영했고, 액자에 투영된 불빛이나 관람객의 그림자 등으로 인해 여기서 소개한 사진은 실제 작품 전체를 감상할 때와 다른 느낌일 수도 있다. 그림자가 너무 심하게 얼비치는 작품은 아쉽지만 촬영하지 않았다.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옮겼다.


[나트랑(2004)]
[99센트]


* 전시회 안내문을 자세히 보니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현대미술 기획전을 개최하는 여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Museum of art)이고,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인류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대규모 작품을 선보여온 현대미술의 거장이었다. 다음은 안내문에서 부분 발췌한 내용이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지난 40여 년간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사진의 확장적 가능성을 실험해 오면서 현대사회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대형 인화지에 담아왔다. 촬영한 이미지들을 조함해 새로운 현실을 구축하는 작가는 공장, 아파트와 같이 현대 문명의 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를 포착하여 거대한 사회와 그 안의 개인이라는 미미한 존재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중반 초기작부터 2022년 신작까지,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사진 40여 점을 소개한다. 작품들은 '조작된 이미지', '미술사 참조', '숭고한 열망'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사진적 실험과 주제를 변주해 온 그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보여준다.

거스키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 이미지의 조작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는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로 스캔해서 편집하는 디지털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을 도입했다. 여러 개의 이미지를 이어 붙이거나, 평면적 구성을 만들고, 대상을 강조하기 위해 색상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이미지 조작을 통해 그 특징을 극대화함으로써 기념비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중략)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지 편집이 용이해짐에 따라 현대 사진은 재현의 기능을 넘어 무한한 예술적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중략) 거스키는 사진과 미술의 경계 허물기를 통해 기존에 정형화된 사진의 틀을 벗어나 우리 삶의 실체를 드러내는 예술로서의 사진을 창조하고자 했다. 서양철학에서는 인간이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위대함을 직면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숭고'라고 정의한다. 거스키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 거대함에 놀라고, 그 세부에 나타난 인간과 현대 사회의 모습에 경외감을 느낀다.

거스키 작품의 기념비적 규모는 사진 예술에서 혁신에 가까운 변화이면서 두려움과 숭고함을 느끼게 하는 근원적 요소이다. 과거에 인류가 두려워했던 것은 자연, 신과 같이 인간의 힘이 미칠 수 없는 대상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두려움의 대상은 기술발전이 가져오는 급격한 변화, 자본주의, 권력, 글로벌리즘 등이다. 현대식 공장, 증권거래소, 고층 건물 등을 촬영한 거스키의 사진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건축적 구조는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막대한 권력을 상징하며, 이를 마주하는 우리는 작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인간의 모습에서 숭고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술사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작품 전시회에 한번 가보시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현대미술기획전은 8 14일까지라고 한다.


무한 반복 건축적 구조가 상징하는 막대한 권력과 마주하는 작지만 뚜렷한 인간의 모습 경외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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