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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Oct 29. 2022

Only you

오직 당신만을 위하여!

지난여름 제주 여행 중 들렀던 카페에 쓰여있는 글귀다. 울긋불긋 활짝 핀 꽃 화분을 좌우에 두고, 뒤로는 제주도 화산암으로 만든 둥근 조형물, 그리고 "Only you"라고 쓰인 예쁜 꽃장식 나무 간판이 있다.


마음씨 좋은 카페 주인장이 "오직 당신만을 위하여" 만든 의자에 앉아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었지만 일행을 따라 바삐 움직이다 보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스쳐 지나며 사진만 찍었다. 여행 목적지가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정원이었기에 지나는 길목의 카페는 일행의 안중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 친구 부부가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 여행을 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어디로 가는가 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는가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단체여행의 단점도 있다. 호불호가 엇갈려 각자의 취향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10여 년 전 서울에서 양평까지 편도 자전거 여행을 한 적이 두어 번 있었다. 한 번은 지인들과 함께 용산에서 열차를 타고 양평까지 가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여럿이 함께 하다 보니 리더가 이끄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경관이 보여도 멈출 수 없다. 두 번째는 서울에서 양평까지 혼자서 자전거를 탔다. 단체로 탈 때보단 힘들고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오직 나만을 위한 힐링 시간이었다.


얼마 전부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소질을 계발하기로 했다. 만년필과 형광펜을 끄적거리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딸아이가 36 워터칼라 브러시  세트와 워터 브러시를 사다 줬다. 오늘 각종 색상의 워터칼라 브러시 펜으로  그림을 그렸다. 제주여행  스쳐 지나쳤던 "오직 당신만을 위하여" 의자 그림이다.


색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떤 색을 사용해야 할지 선택하기 쉽지 않다. 브러시 펜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터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어려웠다. 그려놓고 보니 만년필과 형광펜 그림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완성작을 딸에게 보여 줬더니 감탄사와 함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Only you" 의자를 그리며 나만의 주말 오후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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