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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16. 2020

사회주의자는 모두 공산주의자인가?

내가 사회주의자를 공산주의자와 동일시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사회주의(Socialism)란 광의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결함을 시정하기 위해 사유재산 제도와 국가의 역할에 대하여 어떤 혁명을 하려는 사상이나 사회운동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는 무정부주의, 공산주의, 사회민주주의, 민주사회주의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협의로는 다음과 같은 여러 의미로 쓰인다. (1)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혁명 방식을 부정하고, 의회주의를 통하여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사회민주주의의 입장을 말한다. (2) 마르크스주의의 혁명 이론에 있어서, 자본주의 사회구성체의 다음에 도래하는 생산수단의 사회적 공유에 입각하는 사회구성체로써, 광의의 공산주의 전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에서는 국가 권력에 의한 산업의 관리와 통제가 행해지고, "개인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노동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3) 국가의 경제 제도에 있어서, 생산수단의 사회적 공유와 국가에 의한 계획경제에 의하여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제도를 말한다.
공산주의(Communism)란 생산 수단을 공유화하고 사회 구성의 평등을 전제로 계급 없는 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의 일종이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관계에 있어서 많은 오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회주의를 공산주의와 동일시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오해는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의 직전단계로 사회주의 단계를 설정함으로써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 거의 같은 것으로 인정한 데서 기인되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공산주의는 19세기 서구의 사회여건에서 야기된 사회주의 사상의 한 분파다. 다만 공산주의는 국가 인정 여부와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방법에 있어서 다른 사회주의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정의는 제5공화국 시절인 1985년 2월 국방대학원(현재 국방대학교)에서 초판을 발행하고 1987년 1월 제2판(보정)을 거쳐 1995년 1월 제6판으로 인쇄 발간한 [안보관계 용어집]에서 인용한 것이다. 국방대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군 최고위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으로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속성을 지닌 군 교육기관에서 제5공화국 시절에 발행한 인쇄물이라면 진보적인 의미를 덧붙일 수 있는 틈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관에서 발간한 용어집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다. 즉 사회주의=공산주의라는 공식은 잘못된 것이다. 이 용어집에는 명확하게 "사회주의는 무정부주의, 공산주의, 사회민주주의, 민주사회주의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공산주의는 사회주의의 일종이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가 모두 공산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난 최근까지 사회주의자는 공산주의자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어제 오후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서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던 중에 깨달았다. 난 청장년 기를 거치면서 한쪽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살아왔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복을 입은 이후 퇴역하기 직전까지는 소위 "태극기 부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이 나의 스승이자 멘토였다. 사회주의자는 공산주의자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그들의 현역 시절, 그들로부터 각종 훈련과 교육과 평가를 받아왔으니 당연히 그들과 동일한 사고체계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5년 전에 군에서 공부했던 책을 다시 펼쳐 보았다. [안보관계 용어집]에는 공산주의는 사회주의의 일종이라고 명확하게 쓰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처럼 사회주의의 일종인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는 구분되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면, 사회민주주의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수정 마르크스주의 또는 사회 개량주의 입장으로써, 공산주의 폭력혁명 방식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반대하고, 의회제 민주주의의 방법에 의해 정권을 획득하여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또 민주사회주의는 휴머니즘의 입장에서 정권 획득 전후를 불문하고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준수하여 점진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사상을 말한다고 되어 있었다.


우리의 젊은 시절, 수많은 정훈교육을 시켰던 그들은 왜 사회주의를 공산주의와 동일시하였을까? 왜 그들은 그 시절에 수많은 젊은 군인들에게 자기들의 신념을 반복 교육하여 주입시켜야만 했을까? 지금은 읽을 수 있는 수많은 "좋은 책들"을 왜 그 시절엔 "금서"로 분류하여 읽지 못하게 했던 것일까? 그들의 신념은 진정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들도 그 자신을 교육하고 훈련하고 평가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그런 상태로 될 수밖에 없었겠지! 그 누군가에 의해! 공산당은 머리에 뿔이 두 개 있고 온 몸엔 시커멓게 털이 난 시뻘건 도깨비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1987년,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웠어야 할 그때 그 시절, MIU(Men in Uniform)란 명분으로 다른 길을 선택했기에, 벗들과 함께 사유하고 행동하지 못했음을 진정 미안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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