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한반도 자유통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가 포함됐다. 과거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국제무대에서 언급하는 것을 꺼려왔다. 이번 정상회의 의제가 결정되는 데는 자유,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 온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와 인권은 현 정부의 핵심이자 기본 철학”이라고 밝힌 이후 국내외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 왔다.(2023.8.19. 조선일보 노석자 기자)
2023년 8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납북자 문제는 한일 공동 의제지만 국군포로는 우리나라의 단독 의제다. 그렇다면 국군포로, 그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법률 제16761호(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는 국군포로는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참전 또는 임무 수행 중 적국(반국가단체 포함)이나 무장폭도 또는 반란집단에 의해 억류 중인 사람 또는 억류지를 벗어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으로 귀환하지 아니한 사람”이다. 따라서 국군포로는 6·25 전쟁뿐 아니라 베트남전쟁에서도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베트남전쟁 국군포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 법률과 정부에 의해 대우받는 이들은 모두 6·25 전쟁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이다.
6·25 전쟁에서 교전했던 유엔군과 공산군은 정전협정 체결을 전후하여 1953년 4월부터 1954년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쟁포로를 교환하였다. 당시 유엔군 측은 국군 실종자 수를 약 8만 2,000명으로 추정했으나, 공산군 측으로부터 최종 인도된 국군포로는 8,343명이었다. 유엔군 측에서 추정한 국군 실종자 82,000명, 공산군 측 러시아 국방부 사료의 한국군 전쟁포로 41,350명, 중국 군사과학원에서 제시하는 한국군 포로 37,532명(1950.10.25.~1953.7.27.) 등의 인원수를 고려해 볼 때, 6·25 전쟁으로 실종된 국군의 상당수가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국으로 송환되지 못한 채 북한에 남았을 것이다.
북한 측은 정전협정 이후 미송환된 국군포로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1994년 고(故) 조창호 중위의 귀환 이후 2010년까지 80명의 국군포로가 탈북 귀환해서 북한의 주장이 거짓임이 밝혀졌고, 우리 정부는 귀환 국군포로와 북한 이탈주민의 진술을 바탕으로 2016년 말 기준 500여 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탈북 귀환한 국군포로들의 구술에 의하면, 북한에서 국군포로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함경남·북도, 양강도, 황해남도 등 탄광·광산·협동농장이 많다고 알려진 곳이다. 북한에서는 국군포로를 43호라는 호칭으로 별도 관리하며, 본인은 물론 직계가족까지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국군포로의 자녀들도 상급학교 진학, 직장 배치, 승진, 입당, 군 입대 등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국군포로 관련 각종 연구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6·25 전쟁 국군포로들은 포로수용소에서 국제협약에 의한 포로 대우를 정상적으로 받지 못했고, 강제로 북한에 억류되어 인민군에 강제 편입되었으며, 시설대와 내무성 건설대로 편입되어 전시·전후 복구사업과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공민으로 북한 사회에 편입된 이후에도 43호라는 낙인이 찍혔고 탄광·광산·임산사업소 등 중노동이 필요한 곳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고 직장과 가정에서도 사회적 차별과 감시를 받았다. 60세가 넘어 직장을 그만두고 연로 보장을 받아야 하는 시기에도 그들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렸고, 국군포로라는 신분은 그들의 자녀에게 연좌제로 적용되어 아버지가 겪은 인권 침해를 자녀들도 똑같이 받아야만 했다. 북한에서 국군포로와 그 가족은 북한 인민 중에서도 최하위층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국군포로와 그 가족에 대한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는 국제적으로 알려져야 하며 반드시 중단되어야 하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 정부는 1954년부터 1998년까지 유가족 신고와 자체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19,409명을 6·25 전쟁으로 인해 한국으로 귀환하지 못한 국군포로로 추산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는 유족 연금 지급 등 국내 가족에게 보훈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법률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1994년 고(故) 조창호 중위 귀환 이후 국군포로의 귀환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그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지 표명을 위해 1999년 1월 「국군포로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2006년 3월에는 북한 등의 억류지역에서 사망한 국군포로의 자녀가 탈북 귀환할 경우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귀환 국군포로의 재북 행적에 따라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며, 귀환 국군포로에 대한 무상 의료지원 혜택을 부여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고, 「국군포로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군포로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2006년 3월 제정된 「국군포로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을 다섯 차례 개정하여 2019년 국군포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하였다. 법률 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8년 12월에 귀환 국군포로가 국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첫 번째 법률 개정을 했다. 2013년 3월 국군포로 및 억류지 출신 포로 가족의 신변 보호 강화 조항 신설, 귀환 국군포로 및 억류지 출신 포로 가족의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의 법적 근거 마련, 정착지원금 지급방식 개정 및 유족지원금 지급규정 신설, 억류지 출신 포로 가족에 대한 취업 지원 조항 신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고궁과 공원 등 이용 지원, 국군포로 예우조항 신설 등을 위해 두 번째로 법을 개정했다. 2015년 3월 국군포로 유해 송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 지원 규정을 신설하기 위한 세 번째 개정, 같은 해 12월 위로지원금 지급기준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기준으로 반영하기 위한 네 번째 개정, 2019년 4월 벌칙 규정의 벌금액 개정을 위한 다섯 번째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법의 개정에 따라 법에서 위임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리하기 위해 대통령령과 국방부령도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
우리 국회에서도 국군포로 관련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에는 대통령 소속 6·25 전쟁 국군포로 진상규명 및 회복위원회를 구성해서 국군포로의 피해 진상을 조사하고 명예를 회복시키자는 법안이 발의되어 검토 중이다. 2022년에는 국군포로의 범위를 군인에서 국군의 구성원 및 제네바 제3협약에 따른 포로 등으로 확대해서 소년병, 군무원 등 군인이 아닌 신분으로 참전했던 인원들도 포함시키자는 개정안이 발의되어 검토 중이다. 2023년에는 등록포로 명칭을 귀환포로로 정비해서 예우를 갖추자는 법안, 국군포로와 그 가족의 손해배상금을 국방장관이 대위변제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다. 이러한 국회의 노력도 국군포로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여러 가지 방법의 하나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취임식에 탈북 귀환 국군포로를 초청하였고, 각종 국가급 행사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예우(禮遇)하는 등 그들의 명예회복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국군포로 관련 법제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은 국군포로가 몇 명이었고 그들의 소속 계급 군번 성명은 무엇인지, 탈북 귀환한 80명을 제외한 몇 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으며 사망한 국군포로는 어디에 묻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협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정부·국회·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가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10대 중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 나갔다가 포로가 되어 온갖 고초를 겪고 90대가 되기까지도 귀환하지 못한 국군포로들이 북한에 생존해 있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미귀환 국군포로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번영이 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맺으며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 이 글은 계간 [군사논단] 2023 가을호에 투고한 논문 <북한의 6·25 전쟁 국군포로 인권 침해와 한국 정부의 대응: 국군포로 관련 정책과 법령 제·개정을 중심으로>의 서두와 말미 부분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