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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ug 24. 2023

퇴근길에 나타난 쌍무지개

어제 퇴근 무렵이었다. 거세게 쏟아지던 빗줄기가 잠잠해지더니 어둡던 하늘이 갑자기 환해졌다. 오후 여섯 시가 훌쩍 넘었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해야 할 하늘이 오히려 밝아지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모두 동쪽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높이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까지. 고개를 돌려보았더니, 커다란 쌍무지가 떠있었다. 폭우 뒤의 쌍무지개라서 그런지 무척 반가웠다.


대홍수로 노아의 방주에 탄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인간을 멸하신 하나님이 “다시는 물로 인간을 멸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무지개를 보여준 장면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건 무슨 약속일까? 매주 교회에서 외치는 구호 중 하나가 “모든 사건을 섭리처럼”이다. 오늘의 이 무지개를 통해 하나님의 어떤 섭리가 보일지 알 순 없지만 여하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퇴근 전에 기관장과 함께 조직 운영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마음이 복잡했는데, 해결책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지개를 보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니 폭우가 나를 피해서 내린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점심식사를 하러 나갈 즈음 멈췄다가 다시 쏟아지더니 퇴근할 즈음 다시 멈추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다시 빗줄기가 거세지더니 내릴 무렵엔 하늘에 쌍무지개가 떴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어제는 정말 비가 나를 피해 갔던 날이다. 퇴근길에 집 앞에서 본 쌍무지개가 그 증거다. 실제로 본 것보다 사진 속의 쌍무지개가 덜 선명하게 나온 것이 약간 아쉬울 뿐이다.


퇴근길의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본 쌍무지개@k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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