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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Sep 04. 2023

초코파이 아홉 개와 확증편향

우연히 본 유튜브에서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여기에 초코파이 아홉 개가 들었나 봐요!”

“이응(ㅇ), 아(ㅏ), ㅎ읗(ㅎ), 오(ㅗ), 비읍(ㅂ),

아홉이잖아요.”


초코파이 상자에 쓰인 글자를 뚫어지게 보았다.

정(情)이란 한자가 써져 있었다.

자세히 보았더니 아이가 말한 대로

아홉이란 글자가 또렷이 보였다.

아이가 한 말이 맞았다.

초코파이 아홉.



아이는 자기에게 보이는 대로 말한다.

그러니까 아이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어른들이 많다.

자기만의 프레임을 들이대고

자기가 보는 대로 주장한다.

아이가 情을 아홉으로 읽으면

귀엽게 봐줄 수 있지만,

어른이 情을 아홉이라고 주장하면

그건 확증편향이다.


확증편향은 자기가 옳다는 신념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고,

강하고 굳은 신념은 철옹성이 되어

확증편향을 더욱더 감싸고,

확증편향이 도를 넘어서면

파국에 이르게 된다.

역사의 교훈이 그걸 알려준다.




각종 사전에 나온 확증편향의 정의를 찾아보면,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ory bias, myside bias)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즉, 기존의 신념에 부합되는 정보나 근거만을 찾으려고 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정보를 접하게 될 때는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확증편향은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수많은 정보들을 빨리 판단하고 처리하기 위한 인지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신념에 부합되는 정보는 취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들은 걸러냄으로써 개인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위험 요소를 차단하고자 하는 생존전략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지적 유능감이나 자존감 유지를 위한 노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자신의 생각이나 이를 지지하는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이며, 자신이 타당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지적 능력이나 자존감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확증편향은 빠른 의사결정과 효과적으로 정보처리를 돕기도 하지만, 성급한 결정과 선입견의 강화는 객관성이 결여된 의사 결정으로 귀결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보를 균형 있게 검토하고 해석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확증편향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는 합리적 의사결정과 위험요인 분석, 각 직군 종사자들의 전문성 고양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보다는 전문가들이 확증 편향의 포로가 되기 쉽다.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하는 직업적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라는 탄식을 자아내는 대형 사고의 이면엔 관리자들의 확증 편향이 작용한 경우가 많다. 위험하다는 경고가 있어도 관리자들은 안전을 뒷받침해 주는 자료나 증거에만 눈을 돌리기 때문에 경고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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