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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Sep 09. 2023

비염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환절기마다 비염에 시달린다.


이삼십 대 시절, 포항에 살 땐 감기인 줄 알았다. 가을이면 줄줄 흐르는 콧물에 감기약을 달고 살았다. 제철소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아파트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놓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감기로 알았던 비염이 그 때문에 더 심했던 모양이다. 1990년 전후의 일이었으니까 삼십여 년이 흐른 지금은 포항 지역의 매연 처리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포항제철


히말라야, 힌두쿠시, 카람코람 산맥이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근무할 때나 서북도서 백령도에 살 땐 비염 증상이 거의 없었다. 환절기보단 공기 오염도가 비염 증상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


백령도(좌), 히말라야(우)


서울에 정착한 지 십수 년째인 지금은 봄, 가을마다 이비인후과를 집 드나들듯 찾는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동네 이비인후과에 접수를 하고 대기 중이다. 토요일 진료를 시작한 지 3분밖에 안되었는데, 이미 20여 명이 대기 중이다. 대다수가 비염 환자다. 동네 명의라는 여기서도 처방을 받고 약을 먹을 땐 증상이 완화되었다가 약이 떨어지면 재발하길 반복한다.


지난해엔 아들이 사는 논산에 유명한 비염전문병원이 있다고 해서 사전 예약을 하고 일부러 찾아간 적이 있었다. 코 주변을 비롯한 얼굴 여기저기 긴 주삿바늘을 꽂아 약물을 투여하고, 등에도 여러 대의 주사를 맞았다. 약도 몇 주 치 처방을 받았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은 후 한 달가량은 증세가 없었다. 하지만

임시 처방이었다.


언젠가 큰 아버지뻘 되어 보이는 연세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분의 말씀이 “비염은 엄마 뱃속에서 달고 나오는 거야. 완치할 수 없어. 좋아지려면 물 맑고 공기 좋은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사는 수밖에 없어“라고 하셨다. 직장 근처 병원에서 첨단기기로 콧속, 귀속, 입안과 목구멍을 들여다본 젊은 의사도 비염 약은 잠시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 밖에는 안된다고 했었다.


수십 년 달고 살아온 비염 증세와 주거지 환경을 비교해 보면, 환경오염이 없는 곳에선 증상이 거의 없었다. 여러 병원을 다녀봤지만 진료 후 재발되었던 기간이 조금 길거나 짧았을 뿐, 근본적인 처방은

없었다. “엄마 뱃속에서 달고 나온 비염“이지만 코를 훌쩍일 수 없는 소셜포지션 때문에 오늘도 동네 병원에 대기를 걸어 넣고 사십 분째 기다린다.


혹시 비염 치료에 큰 도움을 받은 비법이 있거나 완치되신 분이 있다면, 살짝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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