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한 박스가 집으로 배송되었다.
언젠가 택배로 받은 복숭아가 너무 물렀서 못 먹었던 기억이 났다.
박스를 뜯어보니 위 쪽은 괜찮은데 아래쪽이 거뭇거뭇했다.
상태를 알려줄까 하다가 보낸 이의 성의를 생각해서 그만두려고 했다.
보낸 이에게 복숭아 박스를 잘 받았고 맛있게 먹겠다며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지인으로부터 답신이 왔다.
복숭아 산지에 선금을 내고 특상품 두 박스를 보냈다고 한다.
한 박스만 받았으니 배달 사고다.
추석을 맞아 지인이 여러 곳에 복숭아를 선물했을 것 같아 상품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다.
두 박스가 아니라 한 박스를 받았고, 복숭아 품질에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배송 과정에 문제가 생긴 건지, 특상품이 아닌 걸 넣은 건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복숭아 사진도 찍어서 보냈다.
잠시 후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상품 등록을 처음 한 신생 농가가 납품한 건데 이 문제로 조합에서 퇴출시켰고 다시 한 박스가 배송될 거라고 했다.
마음이 불편했다.
벌레 먹은 과일이 맛있다는 데 그냥 둘 걸 그랬나?
제주에서 귤농장을 하는 친구가 한 얘기가 생각난다.
제주 귤은 못생긴 노지귤이 제일 맛있다.
윤기가 흐르고 색이 좋은 귤은 인공적 조치를 취한 거라 건강한 과일이 아니다.
제주에서 못생기고 색도 안 좋지만 맛있는 노지귤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신생 농가도 약을 안친 특상품 복숭아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건 아닐까?
혹시 귀농해서 첫 상품을 내보낸 농가는 아닐까?
요즘 경기도 어렵고 과일 값도 비싼 데, 조합에서 퇴출당해서 낙심한 건 아닐까?
조금 전 복숭아 한 박스가 더 도착했다.
복숭아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깨끗하다.
그런데 왠지 처음 것 보다 더 맛있을 거 같진 않다.
마음이 불편해서일까?
아내가 어제 받은 복숭아를 후식으로 가져왔다.
맛있었다.
지인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 온 복숭아는 깨끗하네요.
농가를 바꾼 건 잘하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제 받은 복숭아도 맛은 있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