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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Oct 14. 2023

스위스대사관 기조연설을 마치고

경험은 자신감을 더해준다

주한 스위스대사로부터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동안 마음이 분주했다. 연설을 영어로 해야 할지 우리말로 하고 통역을 써야 할지를 정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브런치 작가 중에서도 영어로 연설하라는 분들과 우리말로 연설하라는 분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영어 연설을 하기로 결정하고 연설문 초안을 대사관측에 보냈더니 내용이 좋다고 했다. 매일 한두 번씩 기조연설 연습을 했다.


심포지엄 당일, 준비를 위해 삼십 분 일찍 대사관에 도착했다. 연설자 위치, 마이크 상태, 프레젠테이션을 확인하고 블랙티를 한잔 마시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함께 기조연설을 하기로 되어있는 스위스 측 교수가 도착했다.


그가 말했다. 스위스 대학에선 독일어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영어 연설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나만 영어 연설이 처음인 줄 알았는데, 파트너가 같은 입장이란 얘길 듣고 안도감이 생겼다. 더구나 계획상으론 두 번째 차례였는데, 첫 번째 기조연설자였던 그가 순서를 바꿔달라고 요청해서 그렇게 하자고 한터였다. 매도 빨리 맞는 것이 낫다고 후다닥 기조연설을 해치우고 그의 얘길 들어보잔 생각이 들었다. 20여분의 기조연설을 하는 내내 대사님과 눈을 맞추었다. 그분이 연딘의 바로 앞에 앉아서 흐뭇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 나의 기조연설을 경청했기 때문이다. 중간 정도 진행하자 연설문의 단어도 바꿀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기조연설과 토론이 모두 끝나고 대사와 스위스 측 교수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로부터 좋은 발표를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심지어 대사께서 한국 유학 중인 스위스 대학원생을 데려와서 소개해 주면서 연구에 도움을 주면 감사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첫 영어 연설이라서 부담감이 컸지만, 막상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또 기회가 생긴다면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은 자신감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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