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 환승역의 인산인해를 피하려고 버스를 탔다. 탑승하자마자 좌석에 앉을 수 있어서 출발은 만족스러웠다. 네이버 길 찾기에서 전철보다 버스가 30분가량 더 걸린다고 해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초만원 전철보단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버스가 낫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하철 환승구간에서 버스도 정체 중이다.
기사님 말씀에 의하면 이 구간을 지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예상컨대 전철보다 삼십 분이 아니라 두 시간 정도 더 늦을 듯하다. 이제야 알겠다. 이 구간에서 왜 지하철로 사람들이 모여드는지를. 몸으로 체득하는 교훈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법인데, 앞으로 퇴근길엔 이 구간을 통과하는 버스를 절대로 타지 않을 것 같다.
마침내 집에 도착했다. 다섯 시 사십오 분에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여덟 시에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다. 전철을 이용하면 한 시간 오분에서 십분 정도 걸렸는데, 버스를 타고 마의 구간에서 한 시간가량 정체를 거쳐 두 시간 십오 분이 소요되었다. 저녁상을 차리면서 아내가 말했다. 버스 전용차로가 없어서 많이 밀릴 거라고 하지 않았냐고. 오늘도 아내 말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