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섬
차귀도는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섬이다. 제주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차귀도란 섬 이름조차 생소했다. 지인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해군 UDT교육을 받던 시절에 칼 한 자루 쥐고 생존훈련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여하튼 그런 섬, 차귀도를 다녀왔다.
기실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서 배표를 끊었지만 날이 흐려서 석양 시간대 운항이 취소되어 오후에 섬에 들어갔다. 무인도인지라 소수의 관광객을 제외하곤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그런지 풀처럼 보이는 식물의 줄기가 나뭇가지처럼 굵어서 마치 동화 속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멀리서 보면 꼭 나무처럼 보인다.
오래전에 몇 가구가 살았던 흔적도 남아있다. 왠지 거의 폐허가 된 집터가 흉물스럽기보단 유물처럼 보였다. 섬에서 가장 높다는 곳에 올라서 보니 멀리 흰 등대가 보였다. 저 등대까지 다녀오면 한 시간가량 소요되는 차귀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것이라고 한다. 등대를 중심으로 섬의 전경을 촬영했는데, 그야말로 무인도였다. 극소수의 관광객이 함께 한지라 아무도 사진에 잡히지 않았다.
주변의 작은 섬들도 보였다. 경관이 수려하다. 다만, 섬 주변에 파도에 밀려와 쌓인 해양폐기물들이 눈에 거슬렸다. 관광지로 개발했지만, 이런 무인도까진 지자체나 자원봉사단체의 손길이 닿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오히려 인적이 드문 무인도 여행을 즐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대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풍광, 냄새, 바람,...
객선 선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차귀도란 섬은 없다고 한다. 본도와 부속도서를 모두 함께 차귀도라고 한다고. 즉, 차귀도는 실재하지만 실제로는 없는 섬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아 구글링을 했다.
섬의 이름에 얽힌 전설이 전한다. 옛날 중국 송나라 푸저우[福州] 사람 호종단(胡宗旦)이 이 섬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여 섬의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은 뒤 고산 앞바다로 돌아가는 길에 날쌘 매를 만났는데 매가 돛대 위에 앉자 별안간 돌풍이 일어 배가 가라앉았다. 이 매가 바로 한라산의 수호신이고 지맥을 끊은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歸]을 막았다 [遮] 하여 대섬(죽도)과 지실이 섬을 합쳐서 차귀도라 불렀다는 것이다.
이름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되었다. 조금 더 차귀도를 알아보려고 섬에 대한 네이버 백과사전의 설명을 모두 읽어보았다.
차귀도는 면적 0.16㎢로 제주특별자치도에 딸린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크다. 고산리에서 해안 쪽으로 약 2Km 떨어진 자구내 마을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 걸리는 곳에 있는 무인도이다. 죽도·지실이 섬·와도의 세 섬과 작은 부속섬을 거느리고 있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섬 중앙은 평지이다. 섬에는 신우대·들가시 나무·곰솔·돈나무 등 13종의 수목과 양치식물인 도깨비고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사는 해녀콩을 비롯한 개쑥부쟁이·천무동 등 62종의 초본류 등 총 82종의 식물이 자란다. 주변 바다는 수심이 깊고 참돔·돌돔·혹돔·벤자리·자바리 등 어족이 풍부하여 1월~3월, 6월~12월에 낚시꾼이 몰린다. 바닷바람에 말린 제주특별자치도 특유의 화살오징어로도 유명하다.
일몰 경관이 압권이라는 차귀도 여행에서 흐린 날씨로 저녁노을은 보지 못했지만 무인도 여행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다음 제주 여행 때도 본도보다는 부속 도서여행을 즐기게 될 것 같다.
제주 여행은 아내와 결혼 35주년을 맞아 갑자기 계획해서 다녀온 여행이다. 일정 중 이틀째 날에 차귀도를 다녀왔다. 여행의 일부인 차귀도 편을 마치며 곧 다음 편을 쓰게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