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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단상

by Kenny

70세가 훌쩍 넘으신 분의 장모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을 다녀왔다. 고인이 되신 장모님은 99수를 사셨다고 한다. 요즘은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100세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런 과학의 혜택을 노년에야 잠시 받으셨을 고인의 연배를 감안하면 장수하신 편이라고 생각했다. 장례식장에서 70대의 자녀분들은 고인과의 이별을 덤덤히 받아들이시는 것으로 보였는데, 손자녀의 눈시울이 벌겋다.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신 할머니와의 이별이 많이 슬픈 모양이다.


두 손녀의 할아버지가 되어보니 내리사랑이라는 자녀사랑과 손자녀사랑의 느낌이 조금 다름을 깨닫는다. 부모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부모로서의 경험도 없으며 경제적인 여유도 없던 젊은 시절엔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자녀를 키워보고 재정도 탄탄해진 후에 생긴 손자녀에겐 넉넉한 사랑을 베풀게 된 것 같다. 자녀에게 충분히 못해줬다는 회한과 풍요로운 현재의 삶이 손자녀에게는 자녀보다 더 큰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동력이 되는 듯하다.


이와 같은 할머니의 사랑이 손자녀들의 눈시울을 벌겋게 만든 것이려니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고인의 유품이라는 낡고 오래된 성경책을 보니 자손들을 마음에 품고 날마다 기도했을 고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세상에선 이별하지만 유족들이 천국소망을 품고 슬픔을 추스르길 기도하며 장례식장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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