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던 버스 안에 자리가 차기 시작했다.
빈자리에 앉았는데 서있는 승객들이 불편해 보였다.
육십 대 후반이나 칠십대로 보이는 어느 분이 틈새를 비집고 뒤쪽으로 이동했다.
마침 한 명이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고 어르신은 그곳으로 돌진했다.
어르신의 진격 과정에서 삼십 전후로 보이는 승객이 약간 밀쳐진 모양이다.
그리곤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아저씨! 밀지 마세요!”
“안 밀었어!”
“밀었잖아요!”
“안 밀었다니까!”
“밀었으면 죄송하다고 하면 될 걸 왜 안 밀었다고 해요!”
“안 밀었으니까 안 밀었다고 하지!“
“아저씨가 들어가면서 밀었어요!“
“넌 아비도 없냐? 할아비도 없어? 지나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지랄 맞아가지곤! “
“뭐라고요? 지금 지랄 맞다고 하셨어요?”
“넌 아비도, 할아비도 없지? 젊은것이 나원참!”
“......”
(전화 통화하는 소리)“어떤 아저씨가 날 밀쳐놓곤 지랄 맞다고 하잖아!”
“......”
차에서 내렸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요즘의 정치세태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상황 같았다.
대립하는 쌍방 간에 서로 다른 소리를 한다.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장만 한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자기 측의 입장에 반하게 나올 경우, 어느 측이든 그 결과에 승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