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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초청행사와 전병(煎餅)

by Kenny

이야기 하나_OB 초청행사


퇴직자 초청행사를 했다. 예전엔 기관장을 역임하신 분들 위주로 초청했지만 이번엔 부서별 퇴직한 선배님과 접촉하면서 행사를 준비했다. 모두 열 분을 초청했는데, 일곱 분이 가용한 날자를 보내셨고, 우리 일정과 조율해서 네 분이 참가하셨다. 10년 전, 15년 전에 내 자리를 거쳐 가신 두 분의 선배님들도 오셨다. 도착 시간 즈음, 중앙 현관에 마중을 나가서 코르사주를 선배님들의 가슴에 달아들이고 기념촬영을 한 다음 행사장으로 안내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화두를 어떻게 꺼낼지 고심하다가 그분들의 기본 업무 이외의 발자취를 찾아내서 개인별 소개를 하기로 했다. 한분 한분 이런 내용으로 소개했다. “ㅇㅇㅇ선배님께선 재직 기간 중에는 우리 부서의 역사에 이러저러한 발자취를 남기셨고, 퇴직 후에도 우리가 추진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어떠어떠한 일에 자문을 하셨습니다. 특히 ㅇㅇㅇ선배님의 사모님께선 재능기부로 전 직원의 인성검사를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 기관장은 물론 OB 선배님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일단 성공이란 생각이 들었다.


행사 취지와 우리 기관에서 추진해 온 일들에 대한 기관장과 기조실장의 설명에 이어 자유 주제로 환담이 오갔다. 퇴직한 지 10년이 넘은 선배님들이 현재 재직 중인 사람들보다 애사심이 더 강해 보였다. 본인들이 못 이룬 소망, 후배들에게 바라는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조직 발전에 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그분들이 남긴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아쉬움과 당부의 고견을 듣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역사를 배움으로써,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현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당면한 문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습득할 수 있으며, 역사적 사고력과 비판력을 기를 수 있다. OB 선배님들과의 대화는 역사와의 대화였다.


OB 선배님들과의 대화는 역사와의 대화였다.


이어서 오찬장에서도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한분은 밥값을 해야 한다면 기관장에게 미래를 향한 제언을 하기도 했다. 카페로 이동해서 차담을 할 즈음에서야 본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퇴직한 분들이 모두 자녀들도 잘 키웠고, 노후 걱정 없을 정도의 형편은 되시는 듯해서 보기 좋았다. 가장 연로하신 선배님은 사진촬영이 취미인데, 요즘은 매월 노인회관에서 인생사진을 찍고 포토샵으로 보정해서 보내주는 일을 하신다고 했다. 참 기분 좋은 날이었다.




이야기 둘_김용안 과자(전병, 煎餅)


OB 초청행사와 전병(김용안 과자)을 제목으로 한 이유는 행사 때 다과로 김용안 과자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김용안 과자를 준비할 생각은 아니었다.


행사 전날, 준비상태를 점검하던 중에 사전 예산편성이 되지 않은 행사라서 행사장에 생수만 준비할 예정이란 얘길 들었다. 기관장이 제공하는 오찬 비용, 우리 부서에서 제공하는 카페 비용 외에는 가용 예산 염출이 안된다고 했다. 마침, 아침에 출근하면서 손님 접대용으로 사두었던 김용안 전병 과자(んべい, 煎餅) 과자가 생각났다. 초청 OB들의 연령대가 60~80대이니 추억의 과자를 내놓으면 괜찮을 듯했다. 마침 냉장고에 요구르트도 20여 개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전병 과자 과자와 요구르트, OB 초청행사의 다과로 제격이었다. 그렇게 김용안 과자를 사용했다.


행사를 마친 다음 날, 출근길에 김용안 과자를 또 샀다. 아내도 이 과자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났다. 십수 년 전 용산에 근무하던 시절에 지인이 알려 준 과자가게가 바로 김용안 과자점이었다. 과자를 주문하고 가게 벽면을 보니 유명인들의 사인지가 붙어 있었다. 배우 엄앵란, 문정희, 이미숙, 김영철, 최민수, 만화가 허영만 등 이름만 들으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이곳을 거쳐간 모양이다. 유독 눈에 띄는 사인지가 있었다. 식객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 씨의 사인이다. “김용만 과자점이 문을 연 건 1967년, 내가 서울에 올라온 건 1966년이다”라는 글귀가 보였다. 거의 내 인생과 비슷한 역사를 지닌 김용안 과자점, 오늘은 이 과자가 더 맛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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