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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상황에 따른 리더십

퇴근길 단상

by Kenny

리더십이란 일반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서 또는 리더의 성향에 따라서 각기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 군대에서는 리더십을 매우 강조한다.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는 지상군은 그 나름대로의 리더십이 있고, 함정이나 항공기를 운용하는 해군과 공군은 기술군 나름의 리더십이 있다. 하지만 군에서도 평상시와 전시의 리더십은 방점을 달리한다. 전사에 의하면 평상시에는 덕장, 전시에는 지장과 용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전장 리더십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듯하다.


전쟁터에서 장수(장군)의 리더십을 시대별로 비교해 보자. 고대 전쟁에선 창검술이 뛰어나고 용맹 무쌍한 장수가 “나를 따르라”며 앞장서는 리더십이 유용했다. 총포가 등장하면서 리더는 병사들을 앞세우고 자신은 후위에서 전황을 살피면서 지휘해야만 했다. 현대전에서는 소부대 지휘관들만 병사들과 함께 전장에 위치하고 총사령관은 후방의 안전한 지휘소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전쟁을 지도한다. 첨단 무기체계를 이용하는 전장에선 소부대 지휘관들조차 부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할 수도 있다. 이처럼 리더십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군대에서 따뜻한 카리스마, 섬김의 리더십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예수님처럼 부하들의 발을 씼겨주는 세족식을 하는 지휘관도 있었다. 명령과 복종을 중시하는 군대에서 그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그만큼 부대 지휘를 잘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한다. 비상계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사령관들은 어떤 리더십을 갖고 있었을까? 그들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그날의 그들은 조직이나 그 구성원보단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공명심(?)이나 출세욕이 부하들에게 출동 명령을 내리게 했을 것이다. 그들이 만일 그날 밤에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인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이용당했다는 변명 따위를 늘어놓진 않을 것이다. 그들이 거사(?)에 성공했다면, 별 한 개씩 더 달고 지금쯤 군대를 아니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령관이 되기까지 그들이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성찰은 했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부하들의 발을 씻기며 군대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난을 받았던 그 지휘관은 자신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반성의 태도를 보였던 건 아닐까?


‘섬김의 리더십’이란 제목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써 내려가면서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결국 제목을 ‘시대와 상황에 따른 리더십’으로 바꾸었다. 섬김의 리더십은 다음 기회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퇴근길 단상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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