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붕과 호상

출근길 단상

by Kenny

풍기에 다녀왔다.

새벽에 부친이 별세하신 지인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처음 가는 길인 서울-풍기 교통량은 많지 않았다.

94세의 고인은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떠나셨다.

5남매의 막내딸인 지인의 안색이 수척했다.

지인의 남편인 후배에게 천붕은 나이에 무관한 슬픔이란 얘길 했다.

후배 왈, “아내에게 호상이라고 했다가 혼났습니다.”

천붕,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비통함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아버지는 자녀에게 하늘 같은 존재라 그렇다.

그래서 부친상을 당하면 천붕이라고 했을 것이다.

일견 후배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7080 세대의 부모에겐 아직 100세 시대가 아니다.

94세를 사시고 가셨으니 사위에겐 호상일 수도 있다.

일주 전 부친 문안을 했을 때, 막내딸에게 가지 말라고 하셨단다.

새벽 4시경 위독하시단 연락을 받고 서울에서 부랴부랴 출발했는데, 5시경 눈을 감으셨단다.

막내딸에게 “가지 마!”라는 말씀이 부친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그 슬픔과 회한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그런 아내를 위로한다고 호상이라고 말한 후배가 야단맞을 만하다.

미국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언제 찾아뵐 수 있을까?




천붕(天崩)@한국고전용어사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 일로, 주로 임금이나 아버지의 상사(喪事)를 입은 슬픔을 말함. 천붕지함(天崩地陷)의 약자임. [유사어]천붕지탁(天崩地坼). 천붕지통(天崩之痛).


호상(好喪)@나무위키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상사(喪事).

고인을 떠나보내며 슬퍼하는 의식인 장례와 긍정적인 의미의 좋을 호(好)와의 조합이 다소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으므로, 고인이 천수를 누리다 크게 고통받지 않고 떠난 경우는 특별히 슬퍼하지만은 않으며 고인을 좋은 분위기로 떠나보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호상이 이뤄질 명확한 기준점은 없지만, 보통은 고인이 평균수명에 필적 혹은 이상의 천수를 누리다 별세했을 경우 붙이는 편이다. 이 외에도 생전 지병이나 악재 등으로 고생한 흔적이 없다든지, 자연사로 편하게 눈감았다든지, 유가족 등등과 작별을 미리 충분히 나눴다든지 점들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넥타이 색과 정치 성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