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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26. 2020

[물리적 거리두기] 변화된 나의 루틴

변화된 루틴이 이젠 새롭고 좋은 습관이 되었다.

[물리적 거리두기]는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사용하길 권장한 표현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사회적 거리를 둔다는 표현이 썩 내키질 않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서로 거리를 두라는 말이 고립된 삶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로 간 소통할 수가 있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렇게라도 소통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삶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다른 표현인 [물리적 거리두기]로 나의 일상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매일 새벽 다섯 시경 일어나서  교회에 가서 예배와 기도를 했는데, 지금은 아이패드로 영상예배를 하거나, 서재에서 홀로 묵상의 시간을 갖곤 한다. 한편으로는 조금 게을러진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용한 가운데 혼자만의 묵상에서 비롯되는 영적 깨달음도 있다.


초기에 습관이 안 들어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근하려고 하면 아내와 딸이 한 마디씩 했다. 혹시 안 쓰고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동승한 이웃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곤 했다. 직장 입구에 들어설 땐 의료요원이 체온 측정을 한 다음, "괜찮으시군요. 정상입니다"라고 말해 준다.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다 보니 환절기마다 괴롭히던 비염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 비염이 심할 땐 계속 콧물이 흘러서 매우 불편하고 불결했는데, 지금은 깔끔해졌다.


직장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할 때도 예전처럼 마주 보고 앉지 않고 거리를 둔다. 동료와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하지 않기 때문에 묵묵히 창밖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밥을 꼭꼭 씹어 먹는다. 좋은 습관이 생겼다. 말하지 않고 밥 먹는 것이 이렇게 편하고 좋은 줄 몰랐다. 식사 중 대화하다 보면 입 안에 들어있는 음식물이 튀거나 흘러 나올 때도 있었는 데, 혼자서 조용히 먹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나이 들어가면서 추접하게 먹는다는 얘길 안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점심 식사 후 예전엔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 북적이며 산책을 했는데, 지금은 더 넓은 공간인 직장 밖의 산책로를 걷는다. 걸으면서 생각도 하고, 기분 전환도 되고, 직장 내부보다 훨씬 긴 코스를 돌아서 장딴지가 더 단단해졌다. 요즘은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 둘레 길을 걷다 보니 피고 지는 봄꽃을 보며 소년 시절의 감성이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네시 반이면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를 걷거나 뛰고 근력 운동을 한 다음 사우나를 했다. 지금은 그 시간에 다른 이의 글을 읽거나 글을 쓰곤 한다. 지금은 점심 식사 후 산책을 길게 하고, 연구실에서 틈나는 대로 푸시업을 하다 보니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지 않는다. 육체를 단련하던 그 시간에 정신과 마음을 연단하고 닦는다.


퇴근 후 집에만 머물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다. 그 시간 활용을 어찌할까 고심하던 중 친구에게 들었던 브런치가 생각나서 그 날 이후부터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이 많이 모여 매거진을 만들었고, 더 쓰다 보니 종이책도 발간하게 되었다. 브런치를 통해 작가의 꿈을 이루었고, 그로부터 달포만에 발간 작가가 되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즐겨 찾고 읽을만한 글쓰기를 하진 못하지만, 일일 글쓰기라는 좋은 취미가 생겼다. 한 가지 안 좋은 건 글쓰기와 읽기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내가 부르는 소리도 못 들어서 간혹 난감한 경우도 생기긴 한다.


어쨌든 물리적 거리두기로 변화된 나의 루틴은 이제 서서히 몸에 배어 습관이 되어 가는 중이다. 아주 좋은 습관으로.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처음엔 불편함이 있었지만, 달리 생각하니 네게 유익이 더 많았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지만, 정부 방침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 아니 물리적 거리 두기가 오월 초에 종료된다면 많은 이들이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화된 나의 루틴은 이어질 것 같다. 왜냐하면 내겐 바뀐 일상이 더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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