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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22. 2020

출간 작가의 꿈을 이루다

매일 새로운 항로를 향한 첫 항해를 시작한다.

몇 년 전 작가와 프로듀서를 병행하는 친구에게 브런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매년 책을 한 권씩 쓰기로 자신과 약속한 후 그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김일성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를 제작했고, 6월 25일 CGV에서 개봉한다고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속 진화하는 친구다. 그 친구 이름은 김덕영이다. 몇 년 전 만났을 때는 '김 PD의 통의동 스토리'라는 와인 카페 겸 출판사 겸 공연장 등으로 사용하는 다용도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자기가 쓴 '뒤늦게 발동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계속 발동을 거는 친구다. 그 친구도 브런치 작가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런 친구가 몇 년 전 내게 "너도 책 낼 수 있어. 그렇게 어렵지 않아!"라며 나를 도발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바쁘게 살다 보니 그 친구와 서촌에서 만났던 그 순간의 그 얘기를 잊고 있었다. 지난해, 정년퇴직을 한 이후 1년여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삶을 즐겼다. 그러던 중 COVID-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더 많은 시간이 생겼다. 생각할 시간이 많다 보니 서촌에서 친구 김 PD와 만났던 그 시간이 생각났고, 언젠가 꿈꾸었던 출간 작가의 꿈도 생각났다. 그 친구가 추천했던 브런치도 떠올랐다. 바로 브런치 앱을 설치한 다음, 회원 가입을 하고 작가 신청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사나흘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더니, 오일이 지난 후에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드디어 브런치에서 황송하게도 나를 작가로 인정해 준 것이다. 그렇게 초보 작가가 되었다.


작가 신청을 위해 예전에 쓴 글을 몇 편 브런치에 등록했다. 또 초보 작가가 된 그날부터 매일 한두 편씩 에세이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글이 많아지면서 세 개의 매거진으로 분류하였다. 에세이와 시를 묶은 '말과 글 그리고 생각, ' 전공 분야인 외교 안보 국방 분야의 글을 모아 놓은 'The In and Outside, ' 유권자인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쓴 글을 엮은 '시민정치'다. 어느 날 브런치에서 '알림'이 떴다. 매거진 '말과 글 그리고 생각'에 30편의 글이 실려서 POD(Publish On Demand)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자가출판 플랫폼 부크크에 의뢰해서 책을 발간할 수 있는 '일종의 비밀번호'도 받았다.


드디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었다. 부크크에 가입하고 책을 출간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처음으로 책을 편집하다 보니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 다운로드한 30편의 글에 사진이 너무 많아서 출간 의뢰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했던 것이다. 어떤 글을 빼야 할지 고민 끝에 몇 편의 글을 추려서 빼내고, 용량이 큰 컬러 사진은 거의 대부분 제거해야만 했다. 사진이 글의 부족함을 보완해 주는 것도 있어서 아쉬웠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원고를 보낸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부크크팀의 [도서 반려] 이메일을 받고, 부크크팀이 요구한 대로 수정한 파일을 다시 송부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A4를 A5 사이즈로 바꾸고, 쪽수를 맞추고, 파일 용량을 적게 만드는 일이 관건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부크크에서 제공하는 템플릿 파일을 처음부터 이용했더라면 좀 더 쉬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부크크에서 [판권지 수정 요청] 이메일을 받았다. 부크크에서 제공한 '발행일자'와 'ISBN'을 판권지 정보에 포함하여 원고를 다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ISBN이 나왔으니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판권지 정보를 수정한 원고를 이메일로 부크크팀으로 보냈다. 다음 날 [도서 승인] 이메일이 왔다. 표지와 내지 시안 확인용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부크크 서점에 들어가 보니 당일 발간된 나의 책 세 권이 보였다. 출판 비용을 들이지 않으려고 부크크에서 제공하는 표지 디자인을 사용했더니 우연찮게 세 권의 표지 모양이 똑같았다. 아마도 내가 서두르다 보니 세 권에 같은 디자인을 적용한 것 같다. 부크크에서 책이 10권 팔리면 외부 서점에 책이 소개된다고 한다. 100% 무료출판이다 보니 감수해야 하는 제한사항이다. 여하튼 드디어 출간하는 꿈을 이루었다.


브런치 매거진으로 만들었던 '말과 글 그리고 생각'에서 4편을 제외한 26편의 글이 책에 담겼다. 같은 내용의 책을 Color와 Black & White의 두 권으로 출간하였다. 처음엔 대부분의 글에 함께 실었던 많은 컬러 사진 때문에 같은 책을 두 권으로 만들기로 했었다. 컬러 사진과 흑백 사진은 다른 감성이 묻어 나오기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두 종류의 사진을 보면 독자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초고의 용량이 너무 커서 사진을 많이 뺐더니 초안에 비해 최종안으로 책에 실린 원고 속 사진의 숫자가 대폭 줄었다. 아쉬움을 남긴 채 꼭 필요한 것만 남겨 놓고 모두 제거해야만 했다. 하지만 처음에 생각한 대로 두 권의 책으로 발간하기로 했다. 컬러와 흑백 사진의 감성 차, 이런 것을 의도했던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말과 글 그리고 생각, Color'와  '말과 글 그리고 생각, Black & White' 두 권의 책을 발간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기왕 책을 출판하는 김에 박사 학위 논문을 책으로 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2016년 말에 작성했던 논문을 최근 정세에 맞도록 수정 보완해서 함께 부크크팀에 보냈다. 200쪽이 넘는 분량이라서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앞의 두 권과 같은 절차를 거쳐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2020년 4월 22일, 드디어 출간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 무려 3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하게 된 것이다. 글쓰기 플랫폼을 제공해 준, 글을 작품으로 만드는 공간 '브런치'와 자가출판 플랫폼 '부크크'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 출발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 활동으로 천재성을 발휘했다고 한다. 공이 날아올 때마다 너무 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안타도 치고 만루 홈런도 치게 되겠지! 하지만 삼진아웃을 당해도 괜찮다. 이 또한 인생의 귀중한 경험이 될 테니까!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오는 모든 것을 시도했던 피카소처럼 나도 통섭적 인생을 살려고 한다. 통섭적 글쓰기를 해보련다. 이어령 작가처럼 일곱 마리 고양이(CAT: Computer Aid Thinking)를 데리고 글을 쓰진 않지만,  나의 귀여운 그래미(LG Gram)와 더 어린아이들(iPad & iPhone)이 내 글쓰기를 도와주니까! 이렇게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써본다. 매일 새로운 항로를 향하는 첫 항해를 시작한다.


| 미국의 세계주의 개입과 관여정책 (서울: 부크크, 2020.4.21.) ISBN 979-11-372-0477-5

| 말과 글 그리고 생각, Black & White (서울: 부크크, 2020.4.21.) ISBN 979-11-372-0468-3

| 말과 글 그리고 생각, Color (서울: 부크크, 2020.4.21) ISBN 979-11-372-0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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