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로 커피 한잔 마시는 아내, 믹스커피가 맛있는 나
아내의 아침식사는 커피 한잔이다. 아침에 아내가 눈을 뜨면, 나는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 만든 핸드드립 아메리카노를 커다란 머그에 가득 부어 아내에게 준다. 커피를 자주 내리다 보니, 물을 부을 때 분쇄된 원두가루가 위로 뜨듯이 거품이 올라와야 제대로 된 거라는 정도는 알게 됐다. 머그는 제주에서 카페를 하는 친구가 준 매장용이다. 크고 두툼한 머그가 아내의 아침 대용 커피잔으로 적격이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하나 가져가라고 준 것이다. 그 머그에 가득 채워진 대용량의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면서 아내의 하루가 시작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아내 덕에, 여행을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부부 동반 모임을 하면, 괜찮은 카페를 가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되었다. 브랜드 카페는 거의 다 가본 것 같다. 하지만 아내는 주로 비싸지 않은 그날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간혹 아내가 유명하다는 커피나 희귀하다는 커피를 마실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라고 강권하지 않으면 거의 그 카페의 '오늘의 커피'를 마신다. 아내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맛과 향에 대해서 얘기한다. 이건 맛이 어떻다 저건 향이 어떻다고. 그런 아내를 따라 제법 많은 카페에서 이런 커피 저런 커피를 마셔 보지만 내겐 그게 그 맛이고 그 향이 그 향이다. 다 똑같은 아메리카노라는 말이다.
아내가 아메리카노를 마시니까 나도 그냥 같은 걸 마신다. 가끔 폼 잡고 싶을 땐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 언젠가 지도교수님과 카페에 갔을 때 그분이 에스프레소 잔을 든 모습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믹스커피가 제일 맛있다. 혈압이 조금 높아서 잘 안 마시려고 하지만, 나른한 오후나 피곤할 땐 머그에 맥심 믹스커피 두 스틱을 타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아내와 함께 다닐 땐 아메리카노다. 왜? 아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아내에게 길들여진 걸까?
“남편은 아내 하기 나름이다.” 언젠가 TV에서 본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