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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Apr 29. 2020

더 파란 남의 집 잔디

왜 남의 집에 심어진 잔디가 내 집의 잔디보다 더 파랗게 보일까?

글의 가닥을 잡고 제목을 정한 다음 쓰기로 했다.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기 위해서 "남의 집 잔디가 더 푸르다"를 검색했다. 브런치 작가 최수신 님의 "옆 집 잔디가 더 푸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제일 먼저 떴다. 아뿔싸! 내가 쓰려고 했는데! 최 작가님의 글을 읽어 보니 다행이었다.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작가님 글에서 첫 번째 문단만 빌려 오려고 한다. 이 분은 남의 집 잔디가 푸르게 보이는 네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우리 집 잔디는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푸른색 잔디보다 갈색 땅이 더 많이 보이지만, 멀리 있는 옆집 잔디는 땅보다 잔디가 더 많이 보이기 때문에 푸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말도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남의 집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 다른 것들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 보자.

어느 전원주택의 잔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익숙한 것보다는 생소한 것, 새로운 것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 경향이 있다. 고교시절 서울에 있는 우리는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그런데 그 당시 경주 학생들은 서울로 수학여행을 올라왔다고 한다. 우리 동네에는 80년대 초까지 공군사관학교 교정이었던 보라매 공원이 있다. 수백 명이 뛰놀아도 될 정도로 넓은 잔디밭, 노래하는 분수대, 롤러스케이트장, 테니스코트, 축구장, 기타 등등 청소년은 물론 연령층을 떠나서 누구나 가족 나들이나 단체 놀이하기에 적격인 공원이다. 이 공원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심지어 중학생들도 소풍을 온다. 하지만 이 주변의 학교보다는 먼 곳에서 온다고 한다. 왜 일까? 이 공원에 익숙한 주변지역의 학생들에겐 이 곳이 볼만하고 놀만한 곳이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 5장은 모두 보라매 공원의 구석구석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놀이 공간과 쉼터가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포항에서 신혼생활을 했다. 옆집 아저씨는 종철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종철? 종철이 어디지? 뭐하는 곳이지? 그런데 종철은 내가 포철이라고 알고 있던 바로 그 회사였다. 서울에서는 포항 종합제철을 포철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포항사람들은 그곳을 종철이라고 불렀다. 왜 자랑스러운 포항을 빼고 종철이라고 불렀을까? 포항에 있는 종합제철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종철이라고 불렀을까? 포항 종합제철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이다. 그런 곳이 포항에 있다는 것이 포항사람들에게 자랑스럽다면 그들은 당연히 포항제철이라고 부르던지 아니면 줄여서 포철이라고 해야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POSCO, 산업화의 상징 포항 종합제철의 야경


포항을 떠났다가 2000년에 들어서 몇 년간 다시 포항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포항 외곽에 있는 한동대학교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학교였다. 친분이 있던 한동대 교수의 말에 의하면  대다수 교과 영어 강의, 대다수의 졸업생 취업 보장 등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 높은 학생들만 들어와서 졸업할 수 있는 학교였다. 그런데 포항에서 공부 좀 한다 하는 학생들이 다니던 포항고, 포항여고 학생들은 한동대를 선호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한동대학교가 포항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포항을 떠나고 싶어 했다. 그 이유가 단지 포항 종합제철에서 내뿜는 매연 때문일까?


한동대학교


N서울타워, 남산에 있는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타워의 정식 명칭이다. 관광객들은 그냥 서울타워라고 부른다. 하지만 서울에서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살았던 나와 친구들은 그것을 남산타워라고 불렀다. 높이 솟은 남산 꼭대기의 그 타워 이름이 서울타워라는 것을 관광객들의 얘기를 엿듣고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남산엔 잘 가보지도 않았다. 예닐곱 살 적에 남산 어린이집에 어머니 손을 잡고 형과 함께 놀러 갔던 것이 전부였다. 우린 서울에 있는 남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저 옆 동네에 있는 그리 대단치 않은 곳일 뿐이었다.


서울의 랜드마크, N서울타워


자! 이런 얘기들은 들어보면 아직도 남의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는 말이 멀리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집 잔디가 우리 집 보다 더 촘촘하게 심어져 있거나 잘 관리하고 있기 때문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것을 탐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주변의 익숙한 것보다는 멀리 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인간의 또 다른 본성 때문이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달리 생각하는 독자는 반론을 해 보시라!

글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가진 것, 내 주변의 것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자족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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