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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 제3편
(라치밸리 트레일)

by Yong 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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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캐나다 로키 & 나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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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 2018년 6월 16일(토)~25일(월) 9박 10일

누구랑 : 산찾사와 함께하는 해외 트래킹 산우들 20명

제3일 차 : 2018년 6월 18일 월요일

- 밴프롯지 07:45

- 모레인 호수 주차장 09:40

- 록필 뷰 포인트 10:00

- 모레일 호수 주차장 10:20

- 센티널 패스(2611m) 12:50~13:00

- 모레인 주차장?

- 벤프 어퍼 핫 스프링스 온천장 17:15~18:50

- 시장경유 벤프롯지 도착 19:33


(라치벨리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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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때문인가?

오늘도 이른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다들 그런가 보다.

오늘은 라치밸리 트레일의 주차장은 협소하여 잘 못 하다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하여 다른 날 보다 좀 일찍 서둘러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을 얼마 앞두고 차량들이 벌써부터 길게 늘어서 있다.

이후....

차량한 대가 내려오면 한대가 올라가길 반복하다

드디어 우리 차량이 주차장에 입성하자 사장님이 전원 하차 시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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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주차시킬 자리를 잡기 전 먼저 우리에게

록필 뷰 포인트(Rockpile Viewpoints)를 가리키며 30분간 자유시간을 줄 테니 다녀 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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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바로 옆의 야트막한 봉오리가 Rockpile Viewpoints다.

그곳에 올라서자 모레인 호수와 설산이 한눈에 보여 황홀한 조망권이다.

무엇보다 모레인 호수의 물빛이 참 아름답다.

예전 뉴질랜드의 푸카키 호수에서 보던 그 물빛과 닮았다.

이곳 모레인 호수는 캐나다 달러 20달러에 담겼으니 절경은 입증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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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필 뷰 포인트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서로들 좋은 자리를 잡아 기념사진을 담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는 번잡한 그곳을 그저 둘러보거에 만족한 탐방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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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

모레인 호수옆에 있는 코스 안내도 앞에서

우리는 라치밸리 트레일에 대한 전석훈 사장님의 코스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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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발...

오늘도 선두는 전석훈 사장님이 리딩을 하시고 후미는 내가 맡아 진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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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치밸리 트레일은 모레인 호수를 끼고 가다

우측의 숲 속으로 들어선 이후엔 침엽수림의 등로를 끝없이 올라서게 된다.

이곳도 역시 숲 속에 들자마자 코끝에 다가와 뱃속까지 들어온

향내가 내 몸을 관통하고 지나갈 때의 상쾌함으로 전신이 짜릿하다.

그 느낌은 말해도 모른다.

그러니 궁금하면 직접들 와서 느껴들 보시길....


어제와 같이 오늘도 박중규 씨와 나를 남긴 산우들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불가엔 포행이란 수행법이 있다.

발걸음에 의식을 집중해 천천히 걷는 방법인데 머리 쪽으로 올라간 기를 내리는데 최고란다.

그렇게 걷다 보면 부정적인 마음이 사라지고 밝고 긍정적인 마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단다.

오늘 난 그런 걸음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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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걷는 동안 세상사로부터 심지어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걷기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만든다.

그게 나는 참 좋다.

그래 그런지 걷기는 중독이다.

이런 중독은 모든 이에게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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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름질이 끝나자 넓은 평원이 나타나며 비로소 앞서간 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다들 아름다운 풍광에 해찰을 떨며 걷느라 늦어진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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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넓은 평원에선 탬플산,피나클산.에펠피크등....

3000m 이상의 산들에 둘러 싸인 라치밸리 트레일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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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치 트레일....

라치는 낙엽송을 뜻한다.

주위엔 온통 낙엽송 군락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걸어가다 문득 앞에 보이는 봉오리를 헤아려 보았다.

역시 텐픽크(Ten Peaks)란 말답게 산봉우리가 10개다.

이곳은 지금 6월도 좋겠지만 낙엽송이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날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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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던 중규 님이 먼저 올라가란다.

자신은 그냥 이렇게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식사 후 내려갈 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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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널 패스(Sentinel pass)를 함께 오르지

않을 거라면 굳이 함께 후미에서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길은 외길이니 그럼 천천히 따라 오시라 해놓고 사라진 산우들 꽁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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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걸음을 옮긴 끝에 마눌님의 꼬랑지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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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자 전나무 숲 속은 사라지고 수목 한계선에 이른 듯 주위의 풍광이 황량하다.

이젠 거의 다 온 듯...

전면 좌측에 우뚝 위압적으로 솟아오른 에이펠픽(Eiffel Peak) 옆으로

오늘 우리가 올라야 할 목적지 센티널 패스(Sentinel pass 2611m)가 아주 가깝다.

센티널 패스는 우측의 탬플(Templ)산과 좌측의 에이펠픽산을 이어주는 능선상 안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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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아주 가까워 보이던 그곳은 힘들게 다가가면 다가선 만큼 뒤로 물러난다.

딘장~!

고산에선 아주 맑은 날에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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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이거...

시간도 많은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체력소모를 최대한 줄이며 천천히 걸어 오르던

다정한 오누이 남매팀도 이쯤에서 제키고 선등 한 산우들 꽁지를 따라 걷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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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씨는 몹시도 힘겨웠나 보다.

사실 마눌님의 친구 영미 씨는 이런 트래킹이 처음이다.

힘겨워하는 그녀의 뒤를 마눌 초록잎새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이런 외국에 절친인 친구와 함께하는 게 초록잎새는 너무나 행복한가 보다.

다정한 초록잎새와 영미 씨의 뒤편엔 웅장한 설산의 텐픽크 연봉들이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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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수록 점점 더 눈이 많아진다.

먼저 올라선 산우들이 센티널 패스를 앞에 둔 평원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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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곧 그들과 합류하여 도시락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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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평원에서 10개의 암봉 텐픽과 탬플산 그리고

에이펠픽 산을 바라보며 먹는 점심 식사는 참 달고 맛나다.

다들 행복한 식사를 끝낸 후 하나둘 센티널 패스를 향해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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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널 패스는 자신의 능력껏 올라가다 되돌아 내려오기로 했다.

우리가 점심을 끝낼 때쯤 맨 후미의 박중규 님이 올라선다.

영미 씨는 이곳 평원까지 올라온건만 해도 자신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며 체력에 한계가 느껴져 센티널 패스는 포기하겠단다.

그럼 박중규 씨가 식사를 끝내면 같이 하산하라 이르고 우린 센티널 패스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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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널 패스로 향한 능선 사면엔 아직 눈이 쌓여 있다.

다행히 그간 숱한 선등자로 인해 러셀이 돼 있어 그 발자국을 그대로 밟으며 걸어 오르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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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포근해 그런지 습설이라 때론 발목이 푹 빠지는 일이 생겨나

스패츠를 하지 않은 등산화 안으로 눈이 밀려들어 몇 번이나 눈을 털어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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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마루 센티널 패스로 향한 길은 경사도를 낮춘 꼬부랑길이다.

결코 서둘지 않는 꾸준한 걸음이 어느새 캐나다 로키 트래킹 코스 중

가장 높은 고개인 센티널 패스 2611m에 올라서자 이미 선등을 한 우리 산우들이

편안하게 바위에 걸터앉아 조망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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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힘들게 올라선 만큼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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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에게해님은 탬플산 방면의 마지막 조망바위에 올라서 우릴 내려다보신다.

오늘 우리의 목표는 저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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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에서 소중한 추억을 담은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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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왔던 길을 되돌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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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널 패스 안부....

마눌님이 보온병의 물을 꺼내 커피를 탄다.

이런 곳에 선 반드시 먹어 주셔야 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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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막아주는 돌담 안에서 웅장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내려보며 마시는 커피맛이 각별하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는 사이 전석훈 사장님이 올라오셨다.

그냥 평원에 계신다더니?

다들 능력껏 올라가다 힘들면 내려오라 했지만 아무래도 맨 후미에서 올라가던

우리 팀의 최연장자인 산우님이 걱정스러워 그분의 뒤를 봐주려 올라오신 것 같다.

나보곤 후미는 책임질 테니 걱정 말고 먼저 내려가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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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당연 수월하다.

올라올 땐 힘겨워 보지 못했던 풍광들이 더 세세히 눈에 들어온다.

다들 빠른 걸음을 걷다가 몇 번씩이나 우뚝 걸음을 멈춘 건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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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멋진 풍광을 또 언제 볼 수 있으려나?

아주 가까이 이런 설산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은 그리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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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걸어 내리는 동안에 나는 히말라야의 설산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사실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이곳에서 히말라야보다 더한 풍광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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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서다 만난 계곡....

산우님들이 잠깐 발을 담그고 가잖다.

곧....

우리 뒤를 따라붙은 전사장님이 시간이 여유로우니 그래도 된다시며

훌러덩 벗어 제키더니 설산에서 흘러 내려온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파안대소를 보여 주신다.

산과 자연을 사랑하시는 순수한 저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저분은 여행업으로 큰돈을 벌 생각이 없으신 분으로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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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이곳에서 모처럼 길게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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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인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들이 모레인 호수에 도착할 때까지 다들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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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라치밸리 트래킹을 끝낸 후 숙소로 귀환 중 도로옆 조형물 앞에 잠시 내려 기념촬영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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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 시내에선 어제 들리려다 오늘로 미룬 온천장을 찾았다.

설파산 아래에 위치한 벤프 어퍼 핫 스프링스 온천장은 유황온천 노천탕이다.

그곳에서 1시간 30분을 할애하여 때 빼고 광을 낸 우린 밴프시내의 마트에 들렀는데

어제부터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여 승차하던 방식에서 그룹별로

새롭게 조를 짜서 1호차와 2호차에 승차시키자 내 고교 후배그룹과 대전에서 오신

여성 3분이 서로 간 컨셉이 잘 맞았던지 산행도 식사도 같이 하며 잘 어울려

조용하게 이동하던 지난번과는 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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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보금자리 밴프롯지에 안착한 우린

쇠고기 바비큐를 준비하는데 오늘은 박종웅 님이 적극 도와주셨다.

실은 전날 저녁에 설은밥에 도중 바비큐로 구운 쇠고기 마저 떨어지자

박종웅 님의 여동생이 화를 좀 내셨다.

캔슬된 분의 대타로 갑자기 참여하다 보니 현지에선 밥과 국만 제공하고

밑반찬은 각자 준비하여 식사를 하기로 한 걸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서 생긴 일였다.

두 분 남매는 어찌나 사이가 돈독하던지 내 여동생을 꼭 데려가고 싶다며

동생분의 비용을 몽땅 오빠가 부담했는데 동생분 역시 지극정성 오빠를 챙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상관없지만 오빠분의 식사가 부실한 것이 염려되고

걱정스러워 그런 역정을 내신 거라 하셔서 서로 간 대화로 쉽게 오해가 풀렸다.

하여간에 질투가 나도록 부러운 남매간의 정이다.


사실 쇠고기 바비큐는 우리 일행들이

준비해야 되는 일로 일정을 진행하는 여행사완 무관한 일이다.

20명분의 고기가 끊어지지 않게 시식하기 위해선 산우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어제저녁엔 사실 산우들의 협조가 부실했고 나 또한 귀찮다는

생각에 도중에 고기 굽기를 중단해 생긴 일였다.

우야튼 간에 먹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겐 내가 진행하는 컨셉이 맞지 않는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장님과 협의해서 우린 매일 마트에 들러 각자

그룹별로 간식거리를 구입하기로 했다.

이날 저녁엔 평소 바비큐를 많이 해 보셨다는 박종웅 님의 신기에 가까운 고기 굽는 솜씨를 선보였다.

덕분에 쇠고기 바비큐와 어울리는 소주와 맥주가 곁들여지자

다들 만족한 저녁식사가 된 하루의 여정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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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끝낸 후 자유시간....

이곳은 밤 11시가 넘어야 해가 진다.

밤 9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바깥은 벌건 대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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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적응이 안돼 그런가?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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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홀로 나선 산책길....

벤프 롯지를 떠나 주위를 한 바퀴 돌아오는 30여분의 산책은

나에겐 이런저런 사소한 일로 인해 한때 심란했던 마음이 정리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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